1974년 8월9일, 미국의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1913~1994)이 사임했다.하원 법사 위원회에서 대통령 탄핵 결의안이 가결된 직후의 일이다. 임기 도중에 대통령이 사임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었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부통령 제럴드 포드는 그 해 9월 닉슨이 재임기간 중 저지른 죄를 모두 특사한다고 발표했다.
닉슨의 사임은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의 귀결점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던 1972년 6월 닉슨 측의 비밀공작원들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일이다.
이 사건으로 닉슨 정권의 선거 방해, 불법 정치 헌금, 수뢰, 탈세 등이 속속 드러났다.
닉슨은 도청 사건에 백악관이 연루돼 있지않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보좌관들이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이내 드러난 데다가 닉슨 자신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손을 쓴 사실까지 알려져 그에 대한여론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결국 그는 포드에게 자신의 특사를 보장받고 27년 전 오늘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흔히 미국 민주주의의 승리로 칭송된다. 그러나 미국의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이 사건이 민주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촘스키에 따르면, 워터게이트 사건에 이은 닉슨의 사임은 미국 지배 계급 내부의 파워게임이었을 뿐이다.
닉슨은 거대 언론과 대자본가를 비롯한 미국 지배 계급의 핵심 세력을 적으로 돌림으로써 몰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닉슨은 부통령을 연임한 뒤 1960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민주당 후보 존 케네디에게 패배했다. 1968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휴버트 험프리를 누르고 당선됐고, 1972년 재선됐다.
고종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