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외압인가, 아니면 회사(인천국제공항공사)를 살리기 위한 충심이었나.’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외압 의혹과 관련,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외압의 실체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이번 사건의 핵심은 청와대 민정비서실 국중호(鞠重皓ㆍ3급상당)행정관과 민주당 김홍일(金弘一)의원 보좌관인 박모씨가 특정업체 선정을 위해 압력을 넣고 공항공사 강동석(姜東錫) 사장이 외압에 못이겨 특정업체(㈜에어포트72)선정을 강요했는지 여부.
이를 놓고 외압의혹을 제기한 공항공사 이상호(李相虎) 전 개발사업단장과 나머지 당사자들의 입장이 정면으로 엇갈려 ‘진실’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 전 단장은 국 행정관 등의 전화와 강 사장의 행동이 모두 윤흥렬(尹興烈ㆍ김홍일의원의 처남)씨가 대표인 ㈜스포츠서울21이 참여하고 있는 에어포트72㈜의 선정을 위한 외압의 결과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강 사장과 얘기가 됐으니 에어포트72㈜측을 잘 봐달라’(7월12일), ‘내가 압력을 행사했다고 떠들고 다니지 말라’(7월23일)는 국 행정관의 2차례 전화, ‘강 사장과 원만하게 사태를 해결하라’(8월2일)는 박씨의 전화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토지사용료를 많이 제시하는 쪽(에어포트72)에 많은 점수를 주도록 배점기준을 조정하라’(7월9ㆍ10일), ‘사장 직권으로 에어포트72를 대상자로 선정하겠다’(7월16일)는 강 사장의 주장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계약이나 협상을 실무자에게 맡기고 강직하기로 이름난 강 사장이 이번 만큼은 지나칠 정도로 에어포트측을 지원한 것도 외압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주장은 완전 다르다. 국 행정관은 “공정하게 심사해 달라고 했을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보좌관 박씨도 “건교위 산하단체의 일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했을 뿐”이라며 외압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강 사장도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으며 적자에 허덕이는 공사의 수익을 위해 토지사용료를 많이 낸 업체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종합토지세보다 적은 토지사용료(최초 325억원)를 제시한 ㈜원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업체와의 ‘밀착의혹’이 있다며 이 전 단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탈락 업체를 둘러싼 외압의혹’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이번 사건의 진실은 검찰수사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지만 외압의 실체에 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공사 협상방침에 원익 난색…"결렬시키려는 요구"의혹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유휴지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주)원익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실제 협약체결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돼 개발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공사는 8일 서종진 신임사업개발단장 등 6명으로 협상단을 구성,이르면 내주초부터 원익과 협약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공사는 협상과정에서 원익이 632억원을 제시한 토지사용료를 에어포트72(주) 컨소시엄의 제시액인 1,729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이에 대해 원익측은 "토지사용료를 그렇게 낼 수 는 없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공사는 원익이 이를 거부할 경우 2순위자인 에어포트72와 협상을 이어갈 방침까지 세워두고 잇어 공항 주변에서는 "협상을 결렬시키기 위해 무리한 요구안을 제시한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잇다.
한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원익컨소시엄은 반도체 재료인 석영유리용기 생산업체로 1997년 코스닥에 등록한 (주)원익(구 원익석영·대표 이용한)이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제너럴 일렉트릭(GE)사로부터 원재료의 품질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아 이 분야에서는 정평이 나 있다. 삼성물산은 원익을 협력업체로 둔 인연으로 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가 로비 의혹에 휘말려 있다. 에어포트72컨소시엄 주도 업체는 대한매일신보의 출자사인 스포츠서울21.이 회사 윤흥렬 사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민주당 의원의 처남인데다 1997년 대선 당시 국민회의 캠프에서 TV연설과 광고 등에 깊숙이 개입했었다.
송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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