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8ㆍ4 북러 정상회담에서 ‘여건이 충족돼야 서울을 답방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은 북미관계 진전 후 서울행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이 발언은 올 5월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 방북 당시 ‘미국의 대북정책 이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발언과 같은 수준이어서 5월 이후 북미ㆍ대남 관계를 바라보는 북측 시각이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서울 답방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평가 절하할 이유도 없을 듯하다.
당국자들과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이룩된 조미 공동코뮈니케 존중을 바탕으로 미사일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사를 미국이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재차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미 협상을염두에 두고 북측이 주한미군 철수 조항을 모스크바 선언에 굳이 삽입시킨 데서 우회적으로 확인된다. 김 국방위원장은 또 남한에서 그의 서울 답방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점도 넌지시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측통들은 향후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실현되고,미국과 러시아간 탄도탄 요격미사일(ABM)협정에 대한 협상 가닥이 잡히는 9월 하순 이후 교착상태의 북미관계가 타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미대화의 재개와 함께 남북관계가 뚫리면서 서울답방에 대한 남북간의 본격적인 접촉이 재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아울러 일부 관측통들은 김 국방위원장이 이번에 대남 관계와 관련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지 않은 점,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연결을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감안, 미국과의 대화 이전이라도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지속될 경우 남북대화를 통해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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