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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김정일 '스탈린 시대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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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김정일 '스탈린 시대로의 여행'

입력
2001.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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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은 흐르는 시간을 스탈린시대로 되돌려 놓은 듯해 섬뜩함을 금치 못하게 했다.김위원장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스탈린식 독재자라는데서 그렇고, 삼엄한 경비와 비밀에 가려진 여행 일정 또한 스탈린을 방불케했으며, 블라드미르 푸틴 과의 공동선언 내용조차도 구 소련 냉전체제 시절의 북-소련 관계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김위원장은 모스크바에 도착하여 먼저 붉은광장의 레닌묘에 헌화하였다. 1991년 소련제국이 붕괴된 뒤 유례가 없는 국자지도자의 레닌참배였고 그의 헌화는 아직도 그가 마르크스ㆍ레닌ㆍ스탈린의 이념과 체제에 충실함을드러낸 몸짓이었다.

동시에 그의 레닌묘 헌화는 북한과 구 소련간의 우호적인 관계 복원을 떠올리게 하였다. 김위원장의 북-러 관계 복원은 지난4일 발표된 김정일ㆍ푸틴 모스크바 공동선언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 선언에서 김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절실히 필요한 1972년 요격미사일 제한조약(ABM)의보존을 재차 지지해 주었다.

그 대신 김위원장은 푸틴으로부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북한의 자주권에 속한다는 듬직한 지지표명을 받아냈다.

또한 김위원장은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어온 푸틴의 체체니아 독립군에 대한 러시아의 진압행위가 도리어 정당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그 대가로김위원장은 푸틴으로부터 북한의 외세배격과 자주적 통일 및 주한미군의 철수요구에 ‘이해’한다는등의 지지를 끌어냈다.

이 밖에도 김ㆍ푸틴 선언은 러시아에 의한 북한의 전력부문 재건지원, 정치ㆍ군사ㆍ과학ㆍ문화등의 쌍무적 협력, 남ㆍ북한과 러시아ㆍ유럽을 연결하는 철도 수송로 건설 등에도 참여키로 합의하였다. 무기개발 및 지원도 협의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김ㆍ푸틴 선언 가운데 한국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 항목은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대목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해 6월 남북정상회담때‘김위원장이 주한미군철수 주장을 거둬들였다’고 했다.

그렇지만 북한 방송매체는 6ㆍ15정상회담다음 날부터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했고 드디어 김위원장이 푸틴과의 공동선언을 통해 직접 미군철수를 공식 주장하고 나섰다.

김위원장의 공공연한 미군철수 주장은 김태통령과의 약속을 깬 배신행위요 남북화해 보다는 ‘남조선적화’에만 매몰되어있으며 그의 아버지 김일성과 같이 결코 변하지 않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당당히 자랑해보인 사례였다.

더욱이 미군철수요구는 그가 6ㆍ15남북선언을 오직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문서로 이용하고 있음도 드러냈다.

그는 6ㆍ15선언 중 ‘민족끼리…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문구를 귀가 따갑도록 내세워 그 동안 남북한간의 모든 접촉들을 통해 외세배격과 주한미군 철수의 정당성논거로 밀어부쳤다.

여기에 푸틴까지 가세함으로써 이제 북한의 외세배격과 미군철수 주장은 더욱 강렬해지게 되었다.남북관계를 어둡게 끌고가려는 전조이기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은 지난 2월 푸틴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ABM조약이 ‘보존되고 강화돼야 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북한과 러시아편에 섰다.

그렇지만 바로 그 푸틴은 김위원장을 맞아 주한미군철수 요구에 ‘이해’를 같이한다고 선언, 북한편임을 과시라도 하는 듯 했다.

김대통령은 푸틴의 손을 잡고 남한의 안보를 다져보려했으나 푸틴은 그 손을 뿌리치고 김위원장과 어울려 주한미군철수를 위해 전선을 펴고 있다.

마치 냉전체제 시절 북ㆍ소련군사유대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ㆍ러시아ㆍ북한 간에는 신냉전체제 결속이 다시금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반미구호가 커져 가며 일본과의관계도 서먹해지고 있다. 국가안보가 불안해지고 있다.

정부의 대북한 인식 및 접근은 물론 대중 및 대러 관계에 대한재검토가 요구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정용석교수 단국대ㆍ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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