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건강 / 대안분만법…정말로 아기를 웃으면서 낳는다고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건강 / 대안분만법…정말로 아기를 웃으면서 낳는다고요?

입력
2001.08.08 00:00
0 0

TV나 영화에서 분만을 묘사하는 장면은 언제나 비슷하다. 분만실에 누워 고통으로 외마디 소리를 지르는 임신부.밖에서는 초조하게 담배를 피워대는 남편과 가족. 그러나 이런 모습이점차 사라지고 있다. 요즘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잔치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낳거나, 임신부가 출산 직전까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새로운 분만법들이등장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분만은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임신부 혼자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었다. 제왕절개 출산 세계 1위(2000년 기준 43.6%)는 이런 출산 문화 탓이 크다.

물론 의학의 발달로 임신중독증이나 쌍둥이, 전치 태반 같은 고위험 임신으로부터 많은 임신부와 태아가 생명을 구했던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분만의 고통을 피하기위해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것은 산모나 아기의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산모는 자연분만을 한 산모보다 각종 병균에감염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돼 있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IQ와 EQ(감성지수)가 월등히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때문에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을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는 수중 분만, 좌식 분만, 그네 분만, 가족 분만, 라마즈 분만, 소프롤로지 분만 등 새로운 분만법들이 속속 개발됐다.

우리나라도 최근 인식의 변화로 ‘부드러운 분만’을 위한 다양한 대안 분만법들이 모색되고 있다.

■수중 분만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앉은 자세로 아기를 낳는 방식이다. 1960년대 이래 영국 등 유럽에서는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99년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가 처음 시도하면서 알려졌다.

따뜻한 물 속에 있으므로 전신 조직이 이완돼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이 줄어 들어 자궁수축으로 인한통증이 줄어들고 진통도 빠르게 진행된다.

실제 수중 분만을 한 경우 제왕절개 수술률이 크게 낮았다.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가 1999년9월부터 2000년 7월까지 국내 수중 분만 사례 650건을 조사한 결과, 수중 분만 중 자연 분만에 실패해 제왕절개 수술을 한 것은 8.5%였다.일반적인 침대 분만 중의 제왕절개 수술률(43.6%)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침대 분만을 할 경우 태아 머리가 나올 때 회음부 손상을 막기 위해 임신부에게 무차별적으로 회음절개술을시행하지만 수중 분만시 35%에게만 실시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전치 태반이나 거대아, 둔위, 임신 중독증이 있을 경우나 간염 보균자는 수중분만을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좌식 분만

반듯이 누워 하는 분만이 아니라 의자 형태의 분만대를 이용, 앉아서 아이를 낳는 것이다. 기원전2,500년 이집트에서 이용됐고 기원전 4세기에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권장된 역사가 깊은 분만법이다.

처음 침대에 누워 분만한 사람이 프랑스 루이14세의정부 몬테스팡 부인이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좌식 분만의 역사는 길다.

좌식 분만을 하면 자궁 속에 있는 태아의 체중이 아래로 몰려 쉽게 아이를 낳을 수 있다. 분만 시간이단축될 뿐 아니라 통증도 덜 느끼게 된다.

강남성모병원 이근영 교수는 “분만 의자에서 아기를 낳은 산모의 경우 진통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아주 적게 분비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부인도 좌식 분만을 했다고 한다.

단점은 임신부가 분만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회음부에 혈액이 모여 출혈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네 분만

좌식 분만대의 단점을 보완한 분만대를 이용한 출산법이다. 이 분만대로 처음으로 태어난 아이의 이름인‘로마’에서 따 온 ‘로마 분만대(Roma Birth Wheel)’를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네처럼 움직인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그네 분만대는 임신부 체형에 맞게 의자 등받이를변형했고, 분만대는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굵은 쇠고리에 매달려 있다.

임신부는 분만시 자세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분만대를 90~180도 정도뒤로 젖힐 수도 있다. 앉거나 서거나 눕는 등 자세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태아 움직임이 좋아지기 때문에 태아가 쉽게 나올 수 있다.

산본제일병원 산부인과 한동익 과장은 “지난 해 3월부터 6개월 간 그네 분만대를 이용해 분만한260명과 기존 분만법을 이용한 931명을 비교 조사한 결과, 제왕 절개율은 각각 11.9%, 26.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라마즈 분만

프랑스 의사 라마즈에 의해체계화한 통증을 줄이는 ‘감통(減痛)분만법’이다. ‘개가 늘 먹이를 주던 주인만바라봐도 침을 흘린다’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원리를 응용했다.

즉 분만시 통증은 조건반사에 의한 것이므로 훈련을 통해 조건반사의 연결통로를 차단하면 진통을 줄일 수있다는 것이다.

1989년 강남 차병원에 처음도입됐을 때 남편이 분만훈련에 참가해야 된다는 점 때문에 참여가 미미했으나, 요즘은 가장 일반적인 대안 분만법으로 자리잡았다.

1998년 강남 차병원에서라마즈 교육을 받은 임신부 242명의 제왕절개율은 8.3%에 불과했던 반면, 그렇지 않은 임신부 222명의 제왕절개율은 42.8%였을 정도로 라마즈분만은 자연스러운 분만법이다.

또 라마즈 교육에 참여한 남편은 육아와 가사분담에 적극적이고 부부간 육아갈등도 훨씬 적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소프롤로지 분만

소프롤로지(Sophrology)는임신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신훈련을 통해 통증을 줄이는 분만이다. 아기를 웃으면서 낳는다고 말할 정도로 통증을 초월한 ‘초통(超痛) 분만’이다.

‘출산=통증’이라는후천적으로 학습된 강박관념이 통증을 실제보다 확대시킬 수도 있는데, 임신기간 동안 ‘출산=기쁨’이라는 자기 최면을 반복 훈련해 통증을 최소화한다는게 이 분만법의 핵심이다.

스페인 정신과 의사 알폰소 카세이도가 1960년 개발해 1970년대 프랑스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됐다.국내에는 1997년 삼성제일병원에 처음 도입돼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일본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분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외에도 남편과 가족이 참여한 가운데 한 자리에서 출산과 회복을 하는 가족분만법과 분만실을 자궁 내의환경과 가장 유사하게 유지케 하는 르봐이예 분만법, 부드럽고 탄력있는 공을 이용해 임신부의 몸을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진통을 경감시키는 공 분만,아로마(향기) 분만법 등이 있다.

내게 맞는 분만법 찾아보세요

어떤 분만법이 좋은지는 개인의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족간의 유대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가족 분만이 좋을 것이다.

만약 남편이 임신과 분만에 무심하다면 수중 분만이나라마즈 분만을 선택하는 게 좋다. 이 같은 분만은 남편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남편이 자상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족이나 남편이 분만에 참여할수 없는 임신부는 소프롤로지 분만이 좋겠다. 분만에 있어서 여성의 주체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도 이 분만법이 좋다.

좌식 분만은 임신부가 힘을주기 쉽고, 아이가 산도를 잘 빠져 나온다. 그네 분만은 부부가 분만을 함께 경험하면서 앉아서 하는 분만법이지만 아직 많이 보급되지 않은 게 흠이다.

평소에 아플 때마다 몸을 자주 움직이고 자세를 여러 가지로 바꾸는 사람이라면 수중 분만이나 자유 자세 분만을 하는 게 좋다.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박문일교수는 “어떤 분만법을 이용하든지 임신과 분만의 주체는 임신부 자신”이라며 “나중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돼 제왕절개 수술을 하더라도 주체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분만에 임해야 한다”고당부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