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 운문면 방지초등학교 문명 분교. 학급 당 학생 수가 3~4명에 불과한 이 초미니 학교에서 이호철(49ㆍ사진) 교사가 내는 숙제는 대개 이런 식이다.‘4월엔 예쁜 돌 3개 주워 오기, 그런 다음 제자리에 갖다 놓기’ ‘5월엔 산이나 들판에서 마음껏 소리 지르기’.
경상북도에서만 25년째 초등학교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최근 ‘학대 받는 아이들’(보리 발행)이라는책을 냈다.
교육현장에서 들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겼다. 남들과는 확실히 다른 교실을 꾸려가는 그에게도 아이들의 모습은 안쓰러웠던 것 같다.
부모가 싸울 때면 빨리 죽고 싶다는 아이도 있고, 그릇을 깼다고 매질하는 어머니에 대해 “재수없다”고 말한 아이도 있다. 그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학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매맞는 것만이 학대가 아닙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아이들을 통해 이루려는 부모의 억압된 심리도 아이들에게는 학대가 됩니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내상(內傷)이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러한 학대 유형이 부모가 엘리트일수록 더욱 교묘해진다는 점입니다.”
그는 이러한 아이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솔직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꼽았다.
그가 1983년부터 한국글쓰기연구회에 열성 회원으로 활동하며,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30분씩 글쓰기 훈련을 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주변에서 보고 느낀 것, 자신이 아프고 괴로워했던 것을 솔직히 써보라고 하세요. 왕자와 공주가 아니라, 날마다 보는 친구와 식구를 꼼꼼하게 살피고 그리라고 하세요. 여기서부터 ‘학대 받는 아이’의 치료는 시작되고, 조용한 ‘교실혁명’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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