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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로열티로 '뭉칫돈'이 새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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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로열티로 '뭉칫돈'이 새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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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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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신호 프로세싱 분야의 선두기업인 미국 TI(Texas Instruments)사는 1999년 연간 순이익(14억 달러)의 약 29%(4억달러)를 앉아서 벌어들였다.TI사가 보유한 각종 반도체 관련 기술 로열티 수입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 시스템을 채택해 전 세계 컴퓨터 운용시스템의 약 70%를 장악한 IBM사가 자사 PC 호환기종을 생산하는 업체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로열티는 1997년 이미 연간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달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9억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1985년 미국 멕시코 국경 샌디에이고에서 무명의 반도체 벤처로 출발한 퀄컴사는 휴대폰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원천기술 하나로 일약 이동통신 업계의 거인으로 성장했다.

지난 해에는 CDMA 칩 연구개발에만 집중하기 위해 CDMA단말기 생산라인을 매각하고 반도체 소프트웨어 사업부서 분사도 추진중이다.

세계 경제의 디지털화는 이같이 ‘지식가치’ 경영에서 앞선 기업들의 숱한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그리고 ‘IT 강국’을 표방해 온 우리나라는 여전히 그 화려한 신화의 주변에 머물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지난해 한국이 해외 기술을 쓰는 대가로 약 29억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한 반면 기술료 수입은 2억1,000만달러(7%)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 추세가 개선될 기미가 별로 없는 데다, 생물기술(BT) 등 신흥 첨단분야는 채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산기협이 ‘업종별 로열티 지급 추이’를 분석한 결과 섬유나 직물 정유 화학 조선 전력 등 이른 바 ‘굴뚝’업종의 로열티 지출은 소폭이나마 줄어드는 반면 IT의 핵심 업종인 전기ㆍ전자는 매년 수억 달러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낸 ‘특허경쟁과 전략대응’보고서를 보면 우리 휴대폰ㆍ장비 제조업체들이 퀄컴사에 퍼 준 CDMA 로열티는 최근 5년간 1조원이 넘는다.

휴대폰 100원 어치를 팔면 이 가운데 5.25~5.75원을 주는 셈이다. 전량 수출하는 유럽 디지털방식(GSM) 휴대전화는 수출금액의 7~10%를 노키아 에릭슨 등에 내고 있다.

최근 유망 수출품목으로 각광 받고 있는 디지털TV와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의 로열티는 각각 판매가의 11%, 15%에 이른다. 컴퓨터도 우리 매출의 약 10%를 IBM과 MSTI가, 반도체는 약 12%를 TI 인텔 IBM 등이 나눠 갖는다.

바이오, 의약,게놈 등 생물기술 분야는 선진국에 비해 거의 불모지 수준이다. 한 연구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6년 이후 5년간 미국 내 생물특허 건수는 미국이 1만2,790건인데 비해 우리는 82건, 게놈 특허는 미국 1,609건에 우리는 고작 7건에 그쳤다.

그나마 원천ㆍ핵심특허 영역은 엄두도못내는 상황. 같은 기간 일본은 각각 2,069건과 145건을 등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학상 수석연구원은 “미제넨텍사의 항암제 인터페론 가격이 g당 5,000달러, 암젠사의 빈혈치료제 ‘EPO’의 g당 가격은 금값의 4만8,000배인 67만 달러”라며“이 같은 ‘황금알 거위’ 산업의 특허 경쟁에서도태되는 것은 신산업 비전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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