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앨 고어(53) 전 미국 부통령이갑자기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나타났다. 최근 그가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의 티 대학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강연에 나서자 카메라 플래쉬가 잇따라 터졌다.그가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부인 티퍼 고어 여사 등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차 스페인에 머물면서부터. 세력있는 정치가문에 하버드대 출신으로 영화 ‘러브 스토리’의 모델이었다는 설마저 있는 고어는수염 덕택에 귀족 정치인에서 다정다감한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의 수염을 놓고 워싱턴 정가에서는 분석이 구구하다. 지난 선거에서서민에게 거부감을 줬던 엘리트 이미지를 탈피하고 차기를 기약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호사가들은 에이브러험 링컨 전 대통령이 턱수염을 기른뒤 인기가 치솟았던 얘기마저 꺼내고 있다.
특히고어는 13일 고향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거행되는 민주당 주지사 및 시장선거 출마자들을 위한 지원행사에서 정치활동에 재시동을 걸 예정이다. 이자리에는 대선때 선거본부장이었던 도나 브라질과 선거전략가 마이클 울리 등이 대거 참여해 고어의 정치무대 복귀를 선언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조차 그의 수염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사롭지 않다. 고어의 활동재개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정치라이벌 관계가 복원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도 부시와 고어의 재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를 실시, 지금 당장 투표를 벌일 경우 유권자의 48%는 부시를, 46%는 고어를 지지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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