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한국영화걸작선’(일요일오후 10시10분)이 한국영화의 전성기인 1960년대에 활동했던 거장 4명의 대표작을 선정해 8월 한달간 방송한다.이제는 잊혀져 먼 기억에만 남아있는 이름이거나 작품들이다. 스펙터클한 사극의 대가 장일호 감독의 ‘화산댁’(1968년)이 5일 벌써 전파를 탔고, 1990년대 들어서 작품세계가 재조명된 김기영 감독의 ‘렌의 애가’(1969년, 12일 방송), 임권택 감독의 ‘십오야’(1969년, 19일 방송), 한국영화계의 모더니스트인이 만희 감독의 귀로(1967년, 26일 방송)가 그 뒤를 잇는다. 당시 대표적 배우였던 고 김진규씨의 인기를 반영하듯, 3편이 김진규 주연이다.
극장가에서는 요즘 한국영화가강세지만 방송에서는 홀대받는 신세임을 감안하면, ‘한국영화걸작선’은 추억의 우리영화를 다시 본다는 점에서 반가운 프로그램이다.
방송위원회가 제시한 한국영화 의무편성비율 25%를 지키기 위해 KBS, MBC, SBS 등이 시행기간이 종료되는 4,5월에 50%이상을 벼락치기로 방송해 근근히 쿼터를 맞추었다.
EBS의 ‘한국영화걸작선’역시 쿼터를 채우기 위한 방편이기는 하지만, 꾸준하게 시청자들이 접하기 힘든 1950, 1960년대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는 셈이다.
강대진 감독의 ‘마부’(1961년)로2000년 12월 9일부터 시작된 ‘한국영화걸작선’은 시청률에서도 작은 혁명을 거두고 있다. ‘마부’는 2.4%를 기록했고 이후로도 2%안팎을유지하고 있다.
EBS 평균시청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승훈 PD는 “한국영화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중ㆍ장년층은 물론 젊은 마니아들에게도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렌의 애가’는 처음 소개되는 김기영 감독 작품. ‘화녀’등 그의 영화는 낮시간대 방영이 불가능한 심의등급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렌의 애가’는 대표작은 아니지만 그의 스타일이잘 드러난다. ‘귀로’는 대종상 작품상 수상작이다.
이만희 감독의 작품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등이 이미 소개됐다. 제작진은 원래 셋째주로 계획했던정지우 감독의 ‘별아 내 가슴아’의 불방 결정이 가장 안타깝다.
네가필름과 프린트필름이 모두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서 도저히 방송이 불가능했기 때문에‘십오야’로 대체했다.
막상 방영을 하기위해 작품을찾아보니 “1950,1960년대 영화 중 남아있는 것이 70%가 안 되고, 그나마 필름이 훼손된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영화걸작선’이 처한 어려움이면서도, 희소가치를 높게 하는 우리 영화계의 현실이기도하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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