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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유치원생까지 異常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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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유치원생까지 異常열풍

입력
2001.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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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민모(39)씨는 얼마 전 패스트푸드점에서 딸(10)이 먹던 햄버거를 내려놓고 갑자기 엉엉 우는 바람에 몹시 당황했다.딸 아이가 “다시 살이 찌면 친구들이 ‘뚱뗑이’라고 놀리며 놀아주지 않을 거야”라고 고함을 질렀기 때문.

키 135cm에 몸무게 38kg인 민씨의 딸은 학교에서 뚱뚱하다고 따돌림을 당한 이후, 제대로 먹지도 않고 40분씩이나 걸어 학원에 가는가하면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TV를 보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 살빼려 ‘하루 10km 행군’

초등학생에서 심지어 유치원생까지 다이어트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4일만에 5kg 감량’ ‘방학동안 10kg 감량’ 등을 내세우는 단식원, 다이어트 캠프에 참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모(9ㆍ서울 서초동)군은 12일부터 대천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군대식 다이어트 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3박4일 동안 열리는 캠프는 갯벌 마라톤, 하루 10km행군, 바다수영 등으로 초등학생이 감당하기 힘든 일정이지만 김군은 “친구들에게서 더 이상 ‘호빵맨’이라는 놀림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밖에 없다. T레포츠 관계자는“올해 열리는 캠프의 경우 12세 이하 신청자가 30%나 된다”고 말했다.

■ 정신과 치료 잇따라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어린이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권준수(權俊樹)교수는 “특히 여자 아이들은 대여섯 살만 되면 다이어트에 신경을 써 강박증세로 약물치료까지 받는 경우도있다”며 “말랐는 데도 연예인과 비교해 뚱뚱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모(11ㆍ경기 성남시 분당구)양은 큰 얼굴 때문에 끼니를 수시로 걸러 6개월만에 10kg이나 줄였지만, 여전히 밥을 먹는 척하면서 옷 속에 집어넣고 손가락을 넣어 토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 소아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스타 신드롬’이 원인

무조건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상으로 소아 식이장애 전문 병원을 찾는 아동들도 적지않다.

백상신경정신과 박선자(朴善子)원장은 “많을 때는 입원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초등학생”이라며 “대부분 비만으로 인한 따돌림 등 심리적인 상처 때문이어서 음식치료와 함께 정신과 치료까지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아다이어트 열풍은 사회ㆍ문화적인 탓 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 TV를통해 예쁜 얼굴에 날씬한 몸매의 스타들만 보고 자란데다 뚱뚱한 것이 죄악시되는 사회분위기가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일반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병원까지 찾는 어린이중 상당수는 ‘너는 왜 뚱뚱하니’ ‘커서 꼭 미스 코리아가 돼라’ 는 등 주위에서 다그치는 말을 자주 들었고, 이 때문에 다이어트 강박증에 빠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정유숙(鄭有淑) 박사는“소아들의 경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탈수나 영양실조에 걸리고 자궁 퇴행이나 무월경, 골다공증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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