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감소세를 보인 수출. 내년에도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투자. 그나마 경기회복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기대심리’까지 얼어 붙었다.그저 순환적 경기침체가 아닌, 성장잠재력이 마모되고 경제주체들의 활력까지 상실하는 장기불황, 복합불황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전경련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0.2. 6개월만에 BSI 전망치가 100 미만으로 하락함에 따라 기업인들의 경기예측은 마침내 비관론이 낙관론을 압도하게 됐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경기기대심리는실제 경기동향에 대한 일종의 선행지표다. BSI 하락은 기업들이 움츠린다는 뜻이기 때문에 수개월후 실제 실물경기악화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대외적으론 미국경기회복의 지연, 대내적으론 부실기업 문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기업체감경기가 급속히 악화했다”면서 “8월BSI는 본격적 경기침체의 시그널로 보인다”고말했다.
주목할 점은 실제 체감경기 악화정도는 8월 BSI 전망치인 ‘90.2’보다 훨씬 심각하다는데 있다. 모든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조사한 BSI 산술치는7월 104.6에서 8월 90.2로 14.2포인트 하락했지만, 대기업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가중평균 BSI는 103.6→71.3으로 추락폭이 32.3포인트나 된다. 대기업들의 경기전망이 훨씬 비관적이란 뜻이다.
전경련측은 “큰 기업이 위축되면 경제적 충격은 더욱 커지기 때문에 경기회복 전망은 실제보다 훨씬 어두운 편”이라고 밝혔다.
더욱 비관적인 것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담보하고 있는 IT 산업전망이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영상·음향·통신장비의 경우 삼성전자의 중국 CDMA수주 호재에도 불구,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IT부진과 반도체가격 하락, PC업체의 유통재고물량 압박으로 BSI가 70.0에 그쳤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역시 PC수요위축으로 71.4에 머무는 등 정보통신 산업전체의 평균 BSI는 78.0에 불과했다.
중화학공업도 화학제품(86.5),정유(75.0) 등 전반적 부진이 예상된다.
다만 최고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조선(150), 가격경쟁력으로 해외시장에서 ‘불황특수(特需: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값싸고 작은 자동차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를 누리고 있는 자동차(113.5) 등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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