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이 8집 ‘Different Color’를 냈다. ‘4인 공동프로듀서’라는 형식만큼이나 이채롭다.김형석(Brown), 조규만(White), 원상우(Yellow) 그리고 임창정(Blue)이각각 가을, 겨울, 봄, 여름 사계절의 색깔을 입혔다. 각자 3, 4곡씩 자신의 색깔대로 하나의 ‘악장’을꾸몄다.
김형석씨는 연륜이 깊어서 색깔이 풍성하고 선이 굵고, 조규만씨는 따뜻한 느낌. 원상우씨는 어느 장르나 소화력이뛰어나고 센스가 있고, 임창정 자신은 발랄한 여름분위기에 우울함이 녹아 있다고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오아시스 스튜디오에서 녹음작업을 하면서 세션과 코러스, 오케스트레이션에모두 정평있는 현지인을 기용했다.
그래서 통상적인 제작비의 두 배인 1억5,000만원이 들어갔으며 8개월에 걸쳐 태국, 뉴질랜드, 제주도에서 각계절의 분위기를 내는 화보도 찍었다.
그렇지만 굳이 ‘작가주의’나‘고급’을 표방하지는 않는다. 임창정은 유난스러운 변화보다는 특유의 대중적인 호소력을 고집한다.
‘울지말아요/ 그대 맘을 채우지 못했던/ 날 탓해요…’로 시작하는 타이틀곡‘기다리는 이유’(김형석 작곡)에서도 그런 정서는 여지없이 묻어난다.적당히 구체적이면서 추상적이기에 공감의 폭이 넓은 가사, 끈적하고 진득한 애상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이다.
그윽한 R&B선율 ‘날 버린 그녀가요즘 연락을 한다’ , 저음의 콧소리로 부른 이색적인 재즈 ‘말해요’에서도‘임창정식’ 바이브레이션이 주는 특유의 느낌은 여전하다.
“임창정은아무리 밝은 노래도 슬프게 부른다”는 작곡가 조규만의 말대로, 그 느낌은 어쩌면 ‘한(恨)’일 것이다. 그것이 어떤 삶의 굴곡에서 나왔는지는 중요하지않다.
임창정의 말대로 그저“이별할 때 내 노래 듣고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있으면 그만”일뿐. 역설적으로 그 범속함이 그의 저력일 수도 있다. 내놓는 음반마다 50만장 넘게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주부터 촬영할 김동원 감독의 영화 ‘해적디스코왕이 되다’에서 겁 많고 순박한 조연 ‘봉팔’역도 맡았다. “정말멋있는 주인공 ‘해적’역은 이병헌이나 송승헌이 해야죠” 그의 냉소는 어쩌면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가수가연기도 하네” 혹은 “배우가 노래도 하네”라는 말을 절대듣지 않겠다는 오기와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창정은 한때의 ‘가수겸업 연기자’에서진정한 ‘만능 엔터테이너’로 더욱 가깝게 다가서 있는지 모른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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