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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무성의가 더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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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무성의가 더 얄밉다

입력
2001.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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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일제시대 강제징용과 징집으로 끌려갔던 사람들의 명부를 돌려받은 우리 정부가, 그것이 무슨 보물이나 되는 양 깊숙이 감추어 두고만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이런 의문을 반추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 명단에 사망자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합사 여부가 표시돼 있는 것도 모르고 일본정부에 한국인 합사자 현황파악을 요청했다는대목에서는 수치심을 넘어 슬픈 감정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1964년 한일수교 이후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 등 피해자 단체들은 일본정부에 피해보상과 함께 징용 징집자 명단 등 관련자료 제공을 요구해 왔다.

오랜 투쟁의 결과 71년 군인군속전사자 명부를 필두로 노무자 명부(92,93년), 징용자 명부(93년) 등이 우리 정부에 제공되었다.

그 때마다 정부는 명부의 공개를 공언했으나그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명부를 정부기록보관소 깊숙한 서가에 꽂아둔 채 지금껏 정리작업도 하지 않고 있으며, 유가족들이 열람을 원해도 복잡한절차를 만들어 까다롭게 굴어 왔다.

일본식 이름으로 기록된 명부에는사망자의 경우 야스쿠니 신사 합사조치가 되었다는 뜻의 ‘合祀濟’(합사제)란 고무인이 찍혀 있다.

공탁금이 결려있음을 표시한 번호 등 귀중한 자료와 함께 생년월일, 주소, 소속부대, 연락처등 신상명세서도 붙어있다.

그런데도 이 귀중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소송자료를 얻기 위해 여러 번 일본정부를 드나들어야 했다.

일본정부에 공탁금이 납부됐다는것은 징용자들에게 지급될 노임이나 강제 저금, 전몰자 급여 등을 본인에게 지급할 수 없게 되어 일본정부에 돈을 맡겨놓았다는 뜻이다.

공탁금 규모는기업체 징집자를 제외하고도 당시 금액으로 9,000만엔 정도라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그간의 물가 인상률에 대입하면 12조8,000억원이 넘는 돈이다.

이 돈에는 그 엄청난 액수보다더 큰 원한과 고통이 맺혀 있다. 갑작스런 일본의 패전으로 인한 혼란 때문에 24만여 징용자들이 강제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했거나, 우체국 등에 강제저축 당한 돈을 찾지 못했다.

징병 징집되어 전사한 군인ㆍ군속들의 전사자 급여도 지급되지 못해 공탁되었다. 이 피눈물 묻은 돈을 되찾아주는데 앞장서야 할 정부는 피해자들의 노력으로 받아온 명부를 덮어두어 그들을 두 번 울렸다.

이제라도 명부를 정리해 모두 공개하고, 피해자들의 권리회복돕기에 발벗고 나섬으로써 눈물을 씻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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