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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뿐인 정쟁중단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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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뿐인 정쟁중단 다짐

입력
2001.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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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난데없이 상대 당 총재를 겨냥해 친일(親日)이니 존일(尊日)이니 하며치사한 정쟁을 벌여 국민들의 짜증을 부채질하고 있다.검증되지 않은 일제 때 가족의 일로 왜 오늘의 사람이 비난 받아야 하며, 과거의 스승에게예의를 차린 일이 왜 그리 큰 잘못인지, 선뜻 이해가 안가기는 마찬가지다.

정쟁중지를 선언한 지 3일도 못돼 여야가 또다시 이런 막가파 식 말싸움을벌이다니, 정치권은 ‘작심 3일’ 이라고 비난 받아 싸다.

애당초 이 싸움을 유발한 민주당은 입이 열 개 있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정치인이든 누구든 일제 때 가족이 무엇을 했다는 이유로 그 자손이 불명예로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그런 비난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일제 때의 일을 놓고 내쪽은 허물 없고, 상대는 허물이 있다는 식의 정치 공세는 그래서 치사하기 짝이 없는 일인 것이다.

더구나 일제 때 가족이 공직에 있었으니 정치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말은 지나친논리의 비약이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입지와 위상은 오로지 국민이 선택할 나름인 것이다.

오늘날 김대중 대통령을 두고 자격시비를 하는 사람은 없다.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에 대한 공과는 별개로 치더라도, 그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손색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다고 본다.

대통령이 되기전 과거 전력을 두고 권력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부적합 시비가 있었는지 민주당 사람들은 더 잘 알고 있을 터다.

요즈음 집권당인 민주당은 국정의 책임을 진 여당인지,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야당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지적이 있다.

여당의 행태에서 그런 애매모호함을 느낀다. 집권한 지 3년 반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소수파 정권’ 임을 내세우며, 국정의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여당 사람들은 더 이상 소수파 정권이라는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당의 대응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김 대통령이 옛 은사에게예의를 차린 일을 놓고 창씨개명 운운하며 비방하고, 과거의 전력을 까발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도 여당과 마찬가지로 치기 어린 행동임에 틀림없다.으름장을 놓는 것으로 봐서는 어떤 면에선 여당보다 더하다.

여야는 더 이상 이런 정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감정적 대응을 삼가야한다. 치사한 정쟁의 피해자는 궁극적으로 정치인 그들 스스로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상대를 비방하기 전, 여야의 정치인들은 우선 자신들이 걸어온길에 흠집은 없었는가, 한점 부끄럼은 없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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