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빗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뜁니다. 이번 비 온 이후로 3일 동안 잠 한숨 못 잤습니다.”임진강 범람의 위기가 닥친 1일 새벽을 고스란히 뜬눈으로 지새운 주민들은 한결같이 퀭한 눈으로 넋을 놓고 있었다.
1996년과 99년 두 차례 큰 물난리를 겪은 경기 북부 주민들은 “왜 매번 이 난리를 겪어야 하냐”며 무심한 하늘과 대책 없는 정부를 원망했다.
마을 주민 20여명이 대피 소동을 벌였던 경기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주민 안선금(63ㆍ여)씨는“31일 저녁부터 옷가지와 이불 등 가재도구를 몽땅 챙겨 마을 회관에 옮겨 놨다”며“밤새도록 잠 한숨 못자고 물들어오나 살피다가 몸살이 다 났다”고 말했다.
최종섭(崔鍾燮ㆍ66)씨도 “마을 사람들이‘비가 좀 온다’는 말만 들리면 다 보따리를 싸는 형편”이라며 “이사를가던가 해야지 하소연 할 데도 없다”며 혀를 찼다.
주민들의 장탄식은 곧 당국에 대한 원망으로 옮겨졌다. 물에 잠긴 논을 지켜보고 있던 김진해(71ㆍ연천군 백학면 통구리)씨는 “3,000평 논농사가 물거품이 돼버렸다”며“그렇게 부탁해도 들어주지 않던 펌프장 하나만 만들었어도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백학면 노곡2리 김원용(金元龍ㆍ52)씨도 “물이 앞마당까지 차 오르자마자 모든 짐을 형님 댁으로 옮겼다”며 “200m밖에 안 되는 제방만 쌓았어도 이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곳 주민들의 바람은 더 이상 불안하게 살지 않는 것이다. 김영자(65ㆍ여ㆍ군남면)씨는“매년 비 올 때마다 반복 되는 불안감을 견딜 수 없다”며 “96년 물난리 이전에는 괜찮았는데 어떻게 나라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수는 없느냐”고 하소연했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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