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의 수렁이 깊어지면서 실업 태풍이 몰아닥칠 태세다.일본의 완전실업률은 6월에 4.9%까지 떨어져 5월에 이어 연속 2개월째 사상 최악기록을 경신했다. 여기에다유수한 핵심 기업이 실적 부진에 따른 감원계획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어 고용 불안은 한결 심각해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 등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정권의 구조개혁 정책이 건설, 유통 등 분야에서 대량 실업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마쓰시타(松下)전기산업은 31일 조기퇴직제 도입을 최종 결정했다. 노조도 퇴직 희망자에게 최대 연봉의 2.5배를 가산해 주고 9월부터 계열사에서 모두 8만명을 줄이겠다는방침을 수용했다.
9월 중간 결산에서 사상 최대폭인 740억엔의 영업 적자가 예상되는 등 심각한 경영난 때문이다. ‘인간중심 경영’을 주창한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대공황기인 1929년에도 “한명도 해고하지 말라”며 종업원들을 지켰다.
‘종신고용제의 산실’에 불어닥친 감원바람은 일본형 고용제도의 붕괴를 상징한다.
앞서 NTT는 무려10만명의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후지쓰(富士通)가 45세 이상의 사원 9,000명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조기퇴직제를 도입했고NEC가 4,000명 삭감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의 인원정리는결국 세계적인 ‘IT 불황’의 직접적인 산물이다. 자동차 산업과 함께 일본 경제를 떠 받쳐온 전자 산업은 국내의 소비 불황에 미국 경제의 감속이 겹치면서 급격하게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여파는 올들어 제조업에까지 번지고 있다. 불황을 모르던 소니 조차 9월 중간결산에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불황은 심각해 한때 세계시장의 정상에 섰던 NEC가 2004년까지 DRAM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으며 히타치(日立)와 후지쓰도 메모리분야에서철수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고용불안은 다시 소비를 위축시켜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든 일본 경제를 더욱 끌어 내릴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내 실업률이 7%대에 이르고 실업자가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500조엔 규모인 국내총생산(GDP)의 60%에 달하는 개인소비도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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