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연유로 프랑스에서 생활할 기회를 갖게 되는 한국 사람들이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것이 있다.“허구한 날 노는데도 경제가 굴러가는 것이 신통하다” 는 것이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프랑스 사회는 한마디로 놀자판이다.
주 5일 근무에 더해 걸핏하면 연휴다 바캉스다 해서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은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다.
실제로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근로시간과 가장 긴 휴가ㆍ휴일의 나라다. 주 40시간 근무제를 넘어 이미 주 35시간 체제에 들어가 있다.
■그렇게 놀면서도 세계 5~6위의경제력을 과시하고 있으니 그 두 배 가까이 일해 가까스로 10위권 밖을 맴도는 한국인에게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물론 근세시대에서부터 닦아온 프랑스 경제의 뿌리깊은 역사성을 무시 못한다. 그러나 이미 1930년대 주 40시간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놀고 쉬는 시스템을 세계적으로 선도했음에도꾸준히 선진경제를 유지하고 있다면, 거기에는 뭔가 비결이 있을 것이다.
■프랑스민족의 두뇌가 뛰어나기 때문일까. 그런 평가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분명한 것은 프랑스사회 모두가 그렇게 한동아리로 쉬고 노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 대다수가 적게 일해도 국가경제가 움직이는 것은 다름아닌 나라의 ‘두뇌집단’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 엘리트계층의 책임의식과 사명감이 나라의 든든한 지주(支柱)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어떤 프랑스인에게 들었다. “프랑스의 엘리트계층은 일반국민과 달리 세계에서 일등가는 일벌레들이다.” 각계를 이끄는 소수 엘리트그룹의 철두철미한 직업의식과 희생정신이 있기에 ‘덜 일하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모두가 놀고 쉴 때도 일터에서 불철주야하는 이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는서구사회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국내에서 주 5일제 도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전제조건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랑스인들이 비아냥거릴지 모른다. “가방 끈 길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 하다가는 큰 코 다쳐!”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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