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루주가 무기와 처형기구 대신 골프채를 들었다.”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30일 프놈펜의 한 교사모임에 참석,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했던 크메루 루주 전 정권의 지도자들이 이렇게 변신했다고 밝혔다.
1998년 자신이주도한 평화협상 덕택에 크메르 루주가 ‘킬링 필드’ 대신 푸른 잔디가깔린 필드에 나가고 있다고 자랑한 것이다. 훈 센은 열렬한 골프 애호가가 된 크메루 루주 지도자로 서북부 파일린시의 시장인 이 치엔, 정부군 장성이된 속 페압과 케오 퐁 등 3명을 구체적으로 꼽았다.
그는 “이들은 골프를 칠 때 다른 골퍼들과 같은 유니폼을입고 더 이상 싸우지도 않는다”며 “이들의 변신은 나의 성공적인 윈-윈 정책 덕분”이라고자화자찬했다.
훈 센이 느닷없이 골프 얘기를꺼낸 것은 크메루 루주의 과거 학살에 대한 재판에서 유엔측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캄보디아 정부와 유엔은 75~79년 무려 170만여명을 처형하거나 굶주림, 강제노동 등으로 숨지게 한 크메르루주 지도자들을 단죄키로 합의했으나 재판소 구성 등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유엔측이 캄보디아의 취약한 사법체계를 들어 정의 구현에 의구심을표시하고 있는 것.
훈 센은 “크메르루주를 10여년간 캄보디아의 공식 정부로 인정해놓고 이제 와서 단죄를 논하는 것은 위선”이라며유엔을 비난했다.
그는 “재판이 잘못되면 다시 나라가 내전에 휩싸일 것”이라며 “법도중요하지만 안정과 국민적 화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크메루 루주의 학살행위에 대해 관대한 조치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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