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의 핵심에 있는국가정보원 대북전략기획국 안모 과장이 파면된 사건은 우리 정보기관의 기강과 한미간 정보 공조에 적지않은 구멍이 있음을 드러내 주고 있다.우선 안씨가 올 상반기에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Y모씨와의 접촉을 통해 넘겨준 정보의 가치가 무시해도 좋을 정도는 분명 아닌 듯하다.
국정원측은 “정보유출은염려할 수준이 아니지만 기강확립 차원에서 안씨를 파면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렇다면 대북정책 수립 및 집행에서 적지않은 역할을 해 온 그를 파면까지 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관측통들은 대북전략기획국에 몸담고 있던 안씨가 노출시킨 정보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단정하는 분위기다.
사안의 심각성은 안씨에 대한 국정원측의 내사 과정을 들여다보면 더욱 자명해진다. 현재까지 안씨에 대한 조사 이유는 외국언론 보도설이다.
국정원은 3월 일본의 한 신문이 워싱턴발로 “남북한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에 맞춰 평화선언을 발표키로 합의하고 선언 초안을 수차례 교환했다’고 보도한 이후 내부 감찰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극비사안이 외국 언론에서 거론되는데 놀란 국정원측은 즉각 조사에 들어가 5월께 안씨 행적을 본격 파악했으며, 2개월간의 조사 끝에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Y씨와 접촉하는 현장을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장기간의 조사를 실시한 국정원은 안씨가 노출한 정보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정원측은 올 3월 신 건(辛 建) 국정원장 취임 후 근무기강 확립차원에서 직원 전반을 점검하다가 안씨 행적을 포착했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한미간의대북정책 공조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자들은 “한미간에는 충분한 정보교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안씨의 행위를 정보유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측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미측에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미뤄, 이 문제는 한미간의 앙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野반응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31일 국가정보원 핵심간부의 기밀유출 사건에 대해 “영화에서나 보던 대(大) 첩보전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전문가인 이 의원은 “안 과장이란 사람은 몇 년 전 미국 연수 시절 미 중앙정보국(CIA)에 포섭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대북관계에서 핵심 중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던 안 과장은 지난 2년간 햇볕정책의 시작과 끝을 포함, 북한 관련 정보ㆍ정책을 통째로 CIA에 넘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미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큰소리를 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 과장이 넘겨준 정보가있었던 것”이라며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DJ 정권이 손안의 공기돌쯤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정보위 소속의 또 다른 의원은 “이사건은 국제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국정원은 당초 안 과장을 자르지 않은 채 조용히 넘기려 했으나 사건이 하도 엄청나 어쩔 수 없이 파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이 이 사건과 관련해 1일 오전 정보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으나, 그 정도로 해서 무마될 사안이 아니다”면서 “앞으로 국회 상임위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 브리핑을 통해 “로버트김이 미국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을 하다가 구속이 돼 국회의원들이 연대서명을 하면서까지 석방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이 정권은 어째서 안 과장으로부터 정보를 빼간 Y라는 사람의 신병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가”라고 따졌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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