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당시 일제에 강제징용된 한국인 희생자 중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봉안된 합사자(合祀者) 명부가 정부기록 보존소에 보관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그러나 외교통상부는 합사자에 대한 기록이 있는지 조차 모른 채 태평양전쟁 피해자 가족들이 일본측에 위패 반환 소송을 청구하자 지난달 18일 일본에 한국인 희생자 안치 현황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국가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공동대표 이종진ㆍ李種鎭)가 6월29일 도쿄(東京) 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합사중지와 위자료 지급 등을 요구하는 ‘1차 위패반환 소송’에이어 8월30일 추진 예정인 ‘2차 위패반환 소송’준비과정에서 밝혀졌다.
31일 피해자 협의회에 따르면 한국인 징용자 명부에는 1941년부터 45년까지 강제 징병ㆍ징용된 24만3,992명의 한국인 징용자의 이름과 주소 등 상세한 신상명세서 뿐 아니라 소속 부대 및 본국 연락처, 야스쿠니 신사 합사 여부까지 기재돼 있다.
이 명부는 1993년10월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회의 3년 간에 걸친 노력끝에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이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돌려 받은 것으로 79개 박스 분량이다.
정부는 당초 이 명부를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이유를 들어 명부 존재 사실을 알고 열람을 요청한 극소수의 유족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해 유족과 관련 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1차 위패반환 소송 때 구성된 원고인단 55명 중 25명은 일본을 직접 방문해 합사 여부를 파악했으며, 2차 소송을준비 중인 원고도 현재 6명에 불과하다.
2차 소송을 준비 중인 유경자(劉京子ㆍ61ㆍ여)씨는 “올해 1월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선친의 근무 부대 및 계급, 합사 여부를 어렵게 확인하고 찾아간 정부기록보존소에서는 합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피해자협의회 공동대표 장완익(張完翼) 변호사는 “정부의 무성의로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인 유족은 야스쿠니 신사 한국인 합사자 2만1,181명의 0.2%에 불과한 실정”이라며“정부가 직접 합사 피해자를 파악, 일본 정부에 위패반환을 요청하고 징용자 명부를 완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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