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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맥박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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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맥박이야기(1)

입력
200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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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외래는 야전병원이다.전쟁을 치르듯 진료를 마치고 연구실로 올라오니 내일 아침에 있을 증례 토의 때문에 강사들이 들이닥친다. 환자의 증상, 심전도(심장의 전기활동을 기록하는 검사), 검사 결과 등을 분석하고 문헌을 찾아가며 토의 방향을 정한다. 내일 보자며 강사들이 빠져나간 지금은 오후 9시이다.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출근, 회의, 회진, 외래,점심과 20분의 산책 그리고 외래, 증례 준비…. 그 사이 사이에 호출기와 휴대전화를 통해서 환자들 상태에 대해 계속 연락이 온다.

투약을 지시하고검사 결과를 놓고 다음 치료 계획을 세우고…. 내년부터 주 5일 근무를 시행하겠다는 보도도 있는데 하루쯤 푹 쉬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심장도 하루쯤 쉬고 싶지 않을까?

심장은 보통 하루에 8만~12만번을 뛰면서 약 8,000리터의 혈액을 순환시킨다. 물로 치면 8톤의 분량을 주먹만한 심장이 하루동안 퍼낸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일은 우리가 생명으로 잉태된 후 살아온 오늘까지 한번도 중단된 적이 없다. 심장도 좀 쉬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그럴 수 없다.

조물주께서는 심장에게 하루 아니 수초의 휴식도 허락하지 않으셨다. 심장이 5초 이상만 멈추면 벌써 대뇌기능이 멈추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 한번의 심장 박동에는 복잡한 전기현상이 있다.

놀랍고 대단한 심장의 역사(役事)는정교한 율동으로 조절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우리의 느낌과 신체활동에 대한 맥박의 반응은 매우 기민하다.

운동을 하거나 사랑을 고백할 때우리의 가슴이 두근거린다. 맥박은 힘차고 빠르다. 그러나 곤히 잠들었을 때는 1분에 30~40번 밖에 뛰질 않는다.

이 정치(精緻)한 심장 율동의지휘자는 오른쪽 심방에 있는 동결절이라고 불리는 세포들이다. 각기 다른 빠르기를 가진 세포들은 우리 몸의 신체 활동과 신진대사를 감지하여 적절한 빠르기를 합의하여 결정한다.

결정된 율동은 전기신호의 형태로 심방을 따라 퍼지면서 심방을 흥분 시킨 후 방실결절(심방과 심실사이에 있는 덩어리)을 통해 심실로 전해진다.

방실결절에서는 전기줄 세 가닥이 뻗어 나와 좌, 우심실의 근육사이로 고루 분포하여 전기신호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도록한다.

함께 가기보다는 앞서기를 좋아해서 이리 저리 얽힌 일상에 헤매는 우리의 가슴에 정직한 선율로 일하는 심장이 있다는 사실, 그 심장의 맥박이 피곤한 나를 다시 세운다.

연세대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안신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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