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일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베이징(北京)이 결정되자, 정부 각 부처들은 앞다퉈 ‘올림픽 특수(特需)’를 외쳤다.재정경제부는 “88올림픽 개최경험이 있는 우리나라는 가장 큰 수혜국이 될 것이며 양국교역은 매년 15% 이상씩 증가해 2008년이 되면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치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어림없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우리나라의 저급엔지니어링 기술로는 올림픽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향후 7년간 올림픽에 따른 직접적 수출증대효과는 1,800억원(1.5억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질주하는 중국경제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무대응’에가깝다. 중국이 세계시장에 등장한 10여년전부터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미 우리나라를 추월한 현재까지도 “경계하자”“대비하자”는 말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기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정부는 오로지 말 뿐이다.
중국의 대도약은 한국경제에 ‘위기’이자 ‘기회’다. 텃밭이던 세계 중저가시장의 대부분을 잠식당한 우리나라로선, 새로운 ‘정보기술(IT) 엔진’을 달고 무한질주 하는 중국이 두려운 상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12억 인구의 중국경제는 우리나라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엘도라도’이기도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방향을 ‘용화(用華) 전략’으로 집약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일본 및 서방국가에 대해 철저한 ‘경제적 용미(用美)ㆍ용일(用日) 노선’으로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처럼, 한국도 중국의 급팽창을 시장확대와 산업구조 고도화의 계기로 ‘이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우선, 국내기업의 중국시장 공략법은 ‘고급품 시장(High-end Market)’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박번순(朴繁洵)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전반적 소득수준은 낮지만 심한 빈부격차로 고소득층 인구규모만 6,000만명에달해 우리나라 내수시장 전체보다도 크다”며“중국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고가ㆍ최신제품을집중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중국시장 유망상품으로 디지털TV, 벽걸이TV(PDP), 첨단휴대폰과 PDA 등을 꼽고 있다.
중국투자전략도 종전의 ‘비용절감형’에서 ‘전략진출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LG경제연구원 서봉교(徐逢敎)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중국투자가 부진한 것은 저임금을 이용한 노동집약형 투자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동아시아 전략거점 확보와 양국간 분업체계 구축 차원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말했다.
특히 선진국 기업들의 중국투자는 광둥(廣東ㆍ30%)성,상하이(上海ㆍ11%)시,장쑤(江蘇ㆍ9%)성에 집중되는 반면, 국내기업들은 산둥(山東)성, 톈진(天津)시, 야오닝(遼寧)성 등 우리나라와 가까운 발해만 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투자지역도 ‘중국의 심장부’로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나 기업에 무엇보다 중요한 중국전략은 시각 자체를 중국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SK텔레콤 손길승(孫吉丞) 회장은 “중국에 세운 기업은 한국기업이 아니라 중국기업이다. 중국사람을 쓰고, 중국식 마케팅 전략을 쓰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LG전자 中지주회사 노용악 부회장
“한국에서안 팔리는 물건을 중국에서 팔겠다고 달려들면 백전백패입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승부한다는각오가 필요합니다.”
국내 기업인 가운데 대표적‘중국통’으로 꼽히는 LG전자 노용악(盧庸岳ㆍ61) 중국지주회사부회장은 “중국은 무섭게 변화하고 있는데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값싼 노동력에 싸구려 제품을 염두에 두고 진출했던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실패하고 돌아간 것도 이런 인식부족에서 비롯됐다는설명이다.
‘CD-롬 시장점유율 1위, 전자레인지 2위, 모니터 3위, 세탁기 5위….’ LG전자가 세계 전자업체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중국에서보여준 성적표다.
외국기업으로는 드물게 중국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6년째 중국 현지에서 LG전자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노 부회장은“적극적인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 노력”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중국을단순한 시장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노 부회장은 지난 13일 베이징올림픽 확정으로 대륙전체가 열광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88올림픽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탄력을 붙게 했다면 베이징올림픽은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다이너마이트에불을 붙인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은성실성과 우수한 기술력 등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에다 거대한 자원과 방대한 내수시장, 일사분란한 경제리더십과 똘똘뭉치는 국민성까지 경제대국의 구비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노 부회장은 “이런경쟁구도 하에서 우리가 중국을 넘어야 할 산으로 보고 덤벼들면 승산이 없다”면서 “국가전략 차원에서 중국을 협력 파트너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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