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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여름흥행 바람

입력
2001.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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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것. 그리고 시즌이 끝나면 누구나 아는 것. 여름영화 흥행에 딱 들어 맞는 말이다. 올 극장가 만큼 흥행 대결이 뜨거운 적은 없었다.‘진주만’ ‘미이라 2’ ‘툼 레이더’로 이어진 3자 대결은‘전초전’에 불과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전세’가또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극장가의 이변은 ‘한국 영화의 흥행폭발’이다. 우선 ‘신라의 달밤’. ‘김상진표 영화’ 라는 평가와 함께어느 정도 관객몰이가 예상됐지만 28, 29일에도 관객이 이어지며 서울 130만명, 전국 350만명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 정도의 반응은 영화사도예상치 못한 폭발적 반응이다.

여기에 ‘엽기적인 그녀’가점입가경이다. 8만1,000장의 예매로 ‘친구’의7만여장을 넘어서더니 27일 한국영화로는 처음 금요일 개봉, 서울서 5만6,000명(전국 14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금~일요일 3일간 19만명을 서울서 끌어 모았고, 지방을 합친 전국 관객이 52,500명이 넘는다. 객석점유율도 90%를 넘어섰다.

이렇게 되면서 ‘엽기적인 그녀’와‘신라의 달밤’을 배급하는 시네마서비스는 고민에 빠졌다. 개봉 3일간45개 스크린(서울)에 그쳤던 ‘엽기적인 그녀’의 스크린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신라의 달밤’도 ‘400만명’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 ‘무기’를빼앗기 어렵다.

‘엽기…’의 공동배급사인 IM픽쳐스는 가급적 스크린 수를 늘리겠다며 스크린 확보에 나서고 있어 수요일부터는 서울 극장 등 서울 주요 극장의 스크린 수가 5~10개 가량 늘어난다. 예기치 않게 한국영화끼리 경쟁을벌이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해외 블록버스터들의 경쟁 역시 어디서 끝날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6일 개봉한 ‘슈렉’은 29일 서울관객 95만명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이 세운 92만명(서울)의 흥행기록을 간단히 깨버렸다.

지금은 ‘100만명’ 고지 앞에서 약간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망은 밝다. 안정적인 스크린 확보로 8월말까지 장기 상영한다는 계획이어서 어린이 관객들의 ‘뒷심’을기대하고 있다.

‘진주만’ ‘툼 레이더’ ‘미이라 2’의 공통점은 호된 비평과 감상 후 관객들 반응이 심드렁 했음에도 첫주에는 관객 수가엄청났다는 점인데 ‘쥬라기 공원 3’도 마찬가지다.

20일개봉 이후 첫 주에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후 2주차에도 관객동원 성적 2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승승장구.

전쟁의 완결편이 아직 더 남아 있다. 많은 신세대들이 ‘가장보고 싶은 외화’로 꼽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A.I’(8월10일), 팀 버튼 감독의 ‘혹성탈출’(8월3일)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영화의 강세로 뚜렷한 ‘대박’ 영화가 없다는 점도 영화사의 고민거리이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서울 100만내외의 관객을 모으며 1, 2주 간격으로 박스오피스1위 자리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막강한 할리우드 영화 때문에 초긴장했던 한국 영화가 잇단 장르 영화의 성공으로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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