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의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92년 참의원 선거 이래 최대의 승리를 거둠으로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날개를 달았다.그는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선거를 가볍게 돌파, 장기집권까지 겨냥할 수 있게 됐다. 벌써부터그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 이래 가장 강력한 총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그의 강력한 지도력은 발본적인 경제구조개혁 정책을 집행하는 데 집중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본의 구조개혁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대외적인 강경책으로 대중적인 지지를 지속시키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는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3년내에 정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본격적인 부실채권 정리는 기업의 대량 도산을 부를 전망이어서 지지가 지속될지 의문이다. 선거기간을 포함해 그는 수시로 자민당내 ‘저항세력’을 거론하면서 유권자들을 자극해왔다.
그러나 ‘저항 세력’은 실체가 불분명한 만큼 고이즈미 총리가 외부에서 국민에너지의 출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야스쿠니 문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는 첫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자민당의 압승이 예고된 29일 저녁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무장관은 고이즈미 총리를 만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계획 철회를 요청했다.
그는 선거후에 대답하겠다고 일단 미루었지만 30일 기자회견에서는 “기본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앞서 한중 양국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지 요구를 일축하면서 “8월15일 참배 이후 양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만큼 자신감을 바탕으로 참배중지 결단을내릴 수도 있다는 기대섞인 관측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한 민주당 등 야당의입지가 더욱 좁아져 견제세력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 교과서 문제
우리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가 역사교과서 문제에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해 줄 것을 여러차례 촉구해 왔다. 그러나 이 문제도 마찬가지로 그의 융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그는 애초부터 문부과학성의검정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시각을 보여왔으며 한중 양국의 반발에 대해서는 의례적인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도리어 자신이 세운 원칙대로 밀고 나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 꽁치잡이 분쟁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이른바 ‘북방4도’ 근해에서의 우리 꽁치잡이 어선의 조업 문제는 30일 양국간 국장급 절충마저 결렬됐다.
일본 언론은 한국 어선의 조업이 처음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며 여론은 어업문제보다는 영토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반한 감정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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