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금리의 끝은 어디일까. 국민ㆍ주택은행이 1년제 정기예금 고시금리를 4%대까지 낮추는 등 선제 공격에 나선 가운데 하나은행,농협 등이 수신금리 추가 인하에 동참하면서 은행권 금리 인하에 다시 가속이 붙었다.금리를 가장 높게 준다는 특판정기예금의 1년제 금리 마저도연 5.6%까지 떨어져 물가상승률(4%대 초반 예상)과 이자소득세(16.5%)를 제하면 손에 쥐는 것이 하나도 없게되는 ‘제로 금리’의 마지노선에 이르렀다.
과연 금리 하락세가 이어져 ‘마이너스 금리’ 수준까지 떨어질 것인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 것인지 온 금융계가 주목하고있다.
▲ 금리 추가 하락 어디까지
최대 관심사는 금리가 언제까지, 또 얼마나 더 떨어지느냐 여부다. 이에 대해 상당수 은행 관계자들은“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려들고있기 때문에 마땅한 자금운용처가 없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은행 수신팀 임수형 차장은 “수신자금의 85% 가량을 대출로 운용하고 있는데 대출 역시 포화상태”라며 “대출금리를 인하해도 수요처가 생기지 않는다면 다시 수신금리인하에 나서 수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땅한 대출처를 찾지 못한 자금은 국고채, 통안채 등 유가증권으로 몰리고 있지만 유통수익률이 연 5%대 중반에 불과해 역(逆)마진을 내고 있는 것도 수신금리인하를 부추긴다.
추가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0.1~0.3%포인트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 농협 저축부 최승현 과장은 “사실상 거의 적용되지 않는 고시금리를 제외하더라도 실제 적용되는 특판예금 금리가 이미 ‘마이너스 실질금리’ 직전에 도달했다”며 “특판예금 1년제의 경우연 5.5% 선에서 심리적 저지선이 형성돼 추가 인하가 있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변수는 콜금리 인하. 한국은행이 연내에 추가적으로 콜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수신금리 하락 폭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 금리인하 독일까, 약일까
금융계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수익기반이 취약한 국내은행의 현실을 감안할 때 수신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자금운용에서 역마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금리 인하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투자 역시 급감하면서 대출 수요도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은행에 의해 주도되는 금리 인하 추세는 금융권을 또 한번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수신금리 인하로 은행으로부터 자금이 이탈할 경우 중소형 은행의 경우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
금융연구원 고성수 연구위원은 “대형은행이 막대한 자산을 무기로 급격히 선도적인 금리 정책을 펼 경우 중소형 은행의 타격은 불 본 듯하다” 며 “저축의욕 상실에 따라은행권 자금 이탈이 촉발되면 자칫 금융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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