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들썩 하게 한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술 취한 대검 공안부장이 스스로 부풀린것에 불과하다고 1심 법원이 결론 내렸다.노조 파업을 부른 조폐창 조기 통폐합은 조폐공사 사장의 독자적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며, 공안부장은다만 그 결정에 개인적으로 간여해 노동쟁의에 개입하는 잘못을 저질렀을 뿐이란 판단이다.
음험한 파업유도 공작은 애초부터 없었는데도, ‘업적’을 과장한 취중실언으로 스스로 올가미를 썼다는 얘기다.
법원의 이런 판단은 공권력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여론의 소용돌이 속에 이뤄진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결과를 모두 배척한 것이다.
검찰은 당시 사건을 공안부장 개인이 공명심에서 직권을 남용해 파업을 유도한 것으로 규정했다.
반면 특별검사는 공안부장과 검찰조직의 부당한 개입을 의심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조폐공사 사장이 파업을 유도했다고 결론지었다. 상반되지만, 책임을 공권력 아닌 개인의 과오 쪽으로돌린 점은 같다.
이에 대해 법원은 두 사람 모두 잘못이 있지만, 직무와 권한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결론 내린셈이다.
조폐공사 사장은 무리한 직장폐쇄를 했지만, 회사에 도움된다고 판단했기에 죄가 안 된다고 보았다. 공안부장도 구조조정을 권하는 ‘제 3자 개입’을 했지만, 직권남용이나 업무방해에 이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판결은 격렬한 파문이 진정된 상황에서, 두 사람이 여론 무마와 공조직 보호를 위한 애꿎은 희생양이 되는 처지에서 구제해 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1심 판결은 두 사람의 행위를 지나치게 호의적으로 평가, 직무에 충실하려다 저지른 사소한일탈로 규정한 느낌이다.
조폐공사 사장은 오직 회사 이익을 고려했고, 공안부장도 개인적 동기로 개입했을 뿐이란 평가는 일반의 상식과 어긋난다.
이 사건의 핵심은 대검 공안부장 개인의 일탈행위가 아니다. 1심 법원은 개인적 개입과 파업유도 발언으로 검찰권의 정당성을 훼손한 것을 나무랐지만, 검찰 조직과 노동 당국의 오랜 개입 관행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토록 국정과 민심을 어지럽힌 사건이 끝내 ‘취중실언’에 불과한 것으로 규정된다면, 사회 전체가 우스운 꼴이 되는 셈이다.
이런 우려에서 우리는 1심 판결을 면죄부로 보고 싶지 않다. 상급심이 ‘폭탄주의 교훈’을 넘어서는 진정한 교훈을 공권력과 사회에 남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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