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4시께 경기 일산신도시의 롯데백화점 주변도로는 쇼핑차량으로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이 백화점은 1,8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지만 몰려든 차량을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주차 차례를 기다리던 주부 김모(42ㆍ일산구 마두동)씨는 “주차하는데 1시간 이상 걸려 짜증스럽다”며 “셔틀버스를 타고 다닐 때보다 쇼핑 시간이 더 걸려 나온 김에 한꺼번에 많이 사게 된다”고말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 대형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 중단이 30일로 한달이 된다. 셔틀버스가 사라진 지난한달간, 자가용 쇼핑객이 늘어나면서 유통업체 주변은 심각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쇼핑의 불편함을 극복하려는 고객의 아이디어는 새로운 쇼핑 풍속도로자리 잡아가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부분 백화점의 매출은 당초 우려와는 달리 전에 비해16~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여름 정기세일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백화점 매출은 거의 감소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롯데측은 그 이유로 고객 1인당 평균 구매금액(객단가) 8만500원으로, 지난해 세일(6만5,100원)보다 23.7% 증가했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했다.백화점 관계자는 “가족 모두에게 필요하거나 부피가 큰 가정용품을 한꺼번에 구입해 차에 싣고 가려는 고객이 늘었다”면서 “사전에 쇼핑계획을 잘 짜면충동구매를 막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열대야의 시작과 함께 가족 단위의 심야쇼핑이 크게 늘어났고 온라인 쇼핑, 대형택시(콜밴)를이용한 카풀 쇼핑 등 새로운 쇼핑 풍속도도 나타나고 있다. 분당신도시의 대형 할인점 농협 하나로클럽 관계자는 “오후 8시 이후에 남편과 함께 쇼핑나온 주부가 많다”며 “셔틀버스가 다니지 않는 용인ㆍ수지지역 주민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하나로클럽은 심야 쇼핑객을 위해 주말 영업시간을 새벽2시까지 2시간 연장했다.
또 직접 매장까지 나가기 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사는 온라인 구매가 신세대주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용인지역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30% 이상 증가해 온라인 서비스를강화했다.
고객을 잡으려는 유통업체의 마케팅 방법도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콜밴서비스. 애경백화점은 구로구, 금천구, 양천구, 영등포구 등 인근 4개 지역에 고객 1인당 1,000원의 요금을 받는 콜밴 10대를 운행하고 있다.
할인점 신세계 E마트는 콜밴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으나 이웃끼리 함께 이용하는 콜밴 카풀 쇼핑이 늘어나자 콜밴 전용주차장을 마련했다. 또한 중소기업전문백화점인 ‘행복한 세상’은 콜택시 업체와 연계해 5만원이상 구매 고객에게 4,000원짜리 무료 콜택시 이용권을 주는 등 공짜마케팅도 늘었다.
운반 서비스는 기본이다. 롯데백화점은 ‘빨간모자 서비스’, 현대백화점은 ‘그린 포터’, LG백화점은‘운반 도우미’라는 이름을 붙여 고객의 짐을 버스 정류장, 지하철ㆍ택시 승강장까지 날라주고 무거운 물건은 가격에 상관없이 집에까지 운반해주는 무료배달서비스도 강화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노향란기자
ranhr@hk.co.kr
■버스 반사이익 거의없어 '뜻밖'
셔틀버스 운행금지 이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직접 매장에 나갈 필요가 없는 온라인 쇼핑몰과홈쇼핑은 ‘셔틀버스 특수’를 누리고 있으나 정작 ‘여객 운수사업법’의 수혜자여야 할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은 별무소득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7월 매출은 전달에 비해 최고 70%까지 늘었다. 여름휴가철인 7, 8월은 원래 비수기여서7월 매출이 6월보다 약간 떨어졌던 것이 예년의 추세였으나 올해는 셔틀버스 운행중단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한솔CS클럽의 7월 매출은 192억원으로전달(113억원)보다 70% 증가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102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88%나 늘어났다. 삼성몰과 인터파크도 각각 180억원,1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달에 비해 6~20% 증가했다.
동네 슈퍼마켓도 즐거운 표정이다. 우유와 빵, 야채 등 간단한 식음료를 사려는 주민의 발걸음이 가까운슈퍼마켓으로 몰리면서 LG유통은 점포당 하루 매출액이 3,058만원으로 지난달(2,730만원)보다 12% 증가했다. 다른 슈퍼마켓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가용 쇼핑객의 증가로 시내버스 이용객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이달 들어 고객 증가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노향란기자
ranh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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