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의 그림자가 경제 전반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지난 5월 반도체 부문에서 시작된 생산감소 후유증이 기계장비, 조립금속 등 다른 부문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급기야 산업생산이 32개월 만에처음 마이너스로 주저 앉았다.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자칫경제전반의 성장잠재력이 붕괴할 위험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식어가는 성장 잠재력
통계청이 내놓은 ‘6월중 산업활동동향’은 반도체 불황이 경제전반의 생산력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둔화세로 돌아선 산업 생산은 반도체 불황 여파로 지난달 2.7% 감소했으며, 생산제품 출하역시 조선,휴대용 전화기 등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일제히 감소했다.
제조업 가동률도 지난5월 74.8%에서 74.2%로 떨어졌으며,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마이너스2.9%를 기록해8개월째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반도체 수출 부진이 생산과 출하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가 전체의 생산력을 급속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 양극화하는 소비
실물 부문의 생산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진행된 부의재분배와 그에 따른 소비양극화 심화로 고가품 위주의 소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6월 중 도소매 판매 증가율은 지난 5월(4.8%)보다 다소 둔화한4.1%에 머물렀지만 휴대용 전화기(150.5%), 승용차(25.8%) 등 일부 고가 내수품목의 소비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남녀기성복(13.9% 감소),메리야스(78.4%), 가정용 선풍기(마이너스 34.4%) 등 중저가 생활 필수품의 소비는 크게 위축됐다.
■ 한국경제 IT산업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불황으로 한국 경제가 급속히 위축된 만큼, 한국 경제를 되돌릴 유일한 대안도 미국 정보기술(IT)산업의 회복뿐이라는 입장이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장은 “반도체 수출 부진에 따른 생산 감소는 예상했던 일로 연말까지 이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내수경기가 아직은 미미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 이후 미국 IT경기가 살아나 반도체 수출등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에는 자칫 국내경기가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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