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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부끄러움 잊은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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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부끄러움 잊은 우리들

입력
2001.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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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보도되는 여러사건 중에, 카메라 앞에서 유달리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가 사회 기득권층이라는 사람들인데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입가에 엷은 웃음을 띄고있다는 것이다.마치 ‘무슨일이 있느냐?’ 라는 표정으로 잠시 포즈를 취한후 ‘곧 알게되겠지요’ 혹은 ‘곧 밝혀질 것입니다’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검은색 차에 올라탄다. 괜한사람을 잡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그들은 너무도 당당하다.

지난번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던 고위 공무원의 아내들 역시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흘렸었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여서 더욱 그랬지만 그녀들이 모피코트를 주고받았는지에 앞서 그녀들의 당당한모습은 서민에게 더욱 허탈감을 주었기에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얼마전 강남 터미널을 지나 가다 여기저기 걸려진 수많은 플래카드를 보았다. 그린벨트에 화장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플래카드엔 ‘납골당은 강북에 지어줘서 균형발전 이룩하자’라는 묘한것이 있었다.

자기 지역에는 결사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강북의 균형발전까지 생각하고 있는것을 보니 묘하다.

사람이 동물보다 괜찮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 일거다. 그러나 부끄러움으로 얼굴 붉히는 사람은 이제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중학교 때 학교를 무단 결석한 일이있었다. 며칠만에 학교에 다시 가게 되었는데 쭈뼛쭈뼛하는 나에게누님은 “너는 다른아이가 며칠 안보이다가 다시 나오면 이상하게 생각하느냐?”고 말해주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서 다시 학교에 갔었고 누님의 말처럼 내가 며칠 결석한 일에는 다들 별 관심없이 어울려 놀았다.

우리는 서로가 자신의 일에 바쁘고 타인의 일에는 별 관심없이 살아가고 있다. 남을 의식하고 사는 사람도 다른 사람들이 남의 일에 대해서는 모여서 말하기만 좋아하고 정작진지하게 생각해주거나 행동으로 배려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문득 깨달으면 뻔뻔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한 가닥 남아있었던 남들에 대한배려는 사라지고 자기자신의 성공에 심취해서 자신을합리화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권력에 항의하다 다음 권력에서는 지켜보고 그 다음 권력에서는 헌신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도 있다.

생각 한번 고쳐먹으면 마음도 편하고 부정한 재물도 모으고 일석이조가 아닐 수없다. 속된 말로마음 한번 먹기에 따라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것이다.

그러면 평소에 하는말도 습관처럼 이중성을 띠게 되며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것처럼 자유는 노예, 전쟁은 평화,무지는 힘이 되는것이다.

더 이상말이 필요가 없어진다. 어떤말을 어떻게 해도 이권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그것만 서로가 알아채면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은 안중에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도있다. 경마장에서 말의 시야를 좁게 가리듯, 자신의 마음이 양심 같은것에는 눈을 감고 돈이나 권세만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직접피해를 입은 사람을 제외하면 다른 이들은 어떤 짓을 해서 부귀영화를 얻었든 별관심 없으며 현재의 부귀영화에 기꺼이 고개숙인다는 것을 잘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본능(?), 혹은 지혜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끔보는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가 생각나는 건어쩔 수 없다.

옆에서는 무리중 한 마리가 육식동물에게 잡아 먹히고 있는데도 그 옆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다른 초식동물들의 한가로운 모습이 보이는 그 프로그램 말이다.

한상근 한국과학기술원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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