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진흙 밭의 개들처럼 연일 이전투구를 하고 있다. 여야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대변인이나 당직자의 입을 통해 막말을 토해내는 것도 바로 그런 사례 중 하나다.정치판이 이렇게 저질화로 치닫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러다간 정치에 대한 환멸이 가속화할 것이고, 결국 여야가 공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야가 막말로 공방을 벌이는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얼마 전 한나라당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 정책 집행을 빗대어 “정육점 주인이 심장 수술을 하는 격”이라고 비난하는 말이 나왔는데, 이는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문제를 떠나, 정치인으로서의 금도를 깨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요즈음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김 대통령에 대한 비방과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죽하면 공식회의석상에서 헌정중단과 다름없는 대통령 탄핵론까지 제기됐겠는가.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회창 총재를 겨냥, 한 당직자가 “친일 혐의가 있는 부친의 생가를 복원하는 것은 반민족적행위”라고 운을 떼자, 최고위원들이 앞 다퉈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고, 마지막엔 “이기회에 친일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기가 막힌 말들이다. 멀쩡한 사람에게 친일혐의 운운하는 것도 지나친데, 아버지 형제들이 생가를 복원하는 것이 어떻게 반민족적 행위와 연결된다는 것인지, 도대체가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는 말들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총재가 소속의원 누구를 나무란다고 해서, “친일의 후손이 어떻게 독립운동가 후손을 나무랄 수 있느냐”고 비방한 것이다.
이처럼 정치의 저질화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가 비뚤어진 정당 대변인 제도와 운영방식에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여야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변인은 말 그대로 발표의 창구다. 그러나 지금 여야 각당의 대변인, 그리고 수많은 부대변인들은 대외 창구로서의 역할보다는 공격수 저격수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스스로 자임하고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관행이요, 제도다. 우리의 정치문화를 저급화ㆍ희화화 하는 데 기여하는 현행 대변인 제도와 운영방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리라고 본다.
27일 이회창 총재가 정치권이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인 데 대해 자성하면서, “손해를 보더라도 당직자들이 정쟁거리를 만들지 말고, 민생과 경제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는데,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잘 생각한 것이다. 여야가 각성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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