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소비자 우롱하는 실적싸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소비자 우롱하는 실적싸움

입력
2001.07.27 00:00
0 0

원액 100%짜리 무가당 주스 한병을 팔면 50%짜리 두 병을 판 것과 마찬가지? 지나가던 소도 웃을만한 계산법이다.한데 요즘 내로라 하는 주류메이저 업체들이 이런 터무니없는숫자놀음으로 볼썽사나운 진흙탕싸움을 벌이고 있다.

소주업계 1위업체인 진로는 최근 대한주류공업협회의 자료를 인용, 국내 소주업체의 상반기 매출실적을 언론에 공개했다.

진로가 1월부터 6월까지 26만9,104㎘의소주를 팔아 전국시장 점유율 1위(52.4%)를 유지했으며 지방 소주업체인 금복주(10.5%) 무학(8.4%) 대선(8.4%)보해(6.2%) 등이 뒤를 이었다는 내용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올들어 신제품 ‘산(山)’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라이벌 두산의 매출이 지난 해보다 오히려 줄어든 점.

자료에 따르면 두산은 전년 동기보다 2.3% 감소한 6.0%의 점유율을 기록, 일부 군소업체를 제외하곤 사실상 ‘꼴찌’로집계됐다.

두산측이 펄쩍 뛸 수밖에 없는 통계였다. 알고 보니 진로의 계산법이 독특했다.통상 소주 시장 통계의 기준은 과세표준이기도 한 알코올도수 25%인데 ‘산’ 의 도수가 22%이기 때문에 모든 소주제품을 22%로 환산, 양(㎘)으로 비교했다는 것.

이 계산대로라면 같은 소주제품 한 병을 팔더라도 25도짜리는 22도보다약 14%의 양을 더 판 셈이 된다. 지난 해만 해도 25도짜리 제품을 주력으로 했던 두산의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산이 곧바로 언론에 뿌린 반박자료 역시 신빙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 병 단위의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두산측 자료에는 자사의 점유율이 전국 3위에 올라 있다.

그런데 두산은 국내시장 점유율에 엉뚱하게 수출실적까지 포함시켜 놓았다.해외 수출물량이 전무한 지방의 자도주(自道酒)들보다 유리하도록 자료를 ‘가공’한 것이다.

정작 원자료 제공자로 알려진 주류공업협회는“어떤 실적자료도 낸 적이 없다”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래저래 소비자들만 우롱 당하는 꼴이다.

경제부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