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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知的게임…추리소설로 "더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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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知的게임…추리소설로 "더위 안녕"

입력
2001.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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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여기 맞서는 가장 지적인 방법은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다. 이 장르는 독자들의 머리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탄생했기 때문이다.‘드래곤 북스 시리즈’(시공사)나 ‘캐드펠 시리즈’(북하우스) 또는 ‘애거서크리스티 전집’이나 ‘Q미스터리 전집’(이상 해문출판사)의 아무 책이나 펼쳐 보라.

거기에는 유산 가로채기를 비롯한 온갖 지능 범죄, 살인을 비롯한 온갖 강력 범죄가 창궐한다. 그 지적이되 음산한 스토리에 몰입하다 보면, 더위는 어느 틈에 멀찌감치 물러선다.

문학의 모든 장르가 그렇듯 추리소설도 그 기원을 무리하게 올리면 고대 신화에까지소급할 수 있겠지만, 근대 추리소설의 효시로는 흔히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이꼽힌다.

‘시체 공시장’이라는 음습한 뜻을 지닌 파리의 ‘모르그’라는 가상 거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난 모녀의 의문스러운 살해가 인간이 아닌 오랑우탄에 의해 저질러졌음을 밝혀내는 명탐정 오귀스트뒤팽을 탄생시켰다.

일생 동안 파리를 동경했으면서도 한 차례도 거기 가 본 적이 없는 포는 최초의 추리소설을 이도시에 바침으로써 기묘한 한풀이를 했다.

그 뒤 추리 소설은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영어권 나라와 프랑스에서 갈래를 치고 몸통을 얻으며 끊임없이진화했고, 오늘날에는 SF나 판타지와 함께 영상의 시대에 살아남을 소수의 문학 장르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추리소설에 대한 포의 영향은 깊고 넓다. 20세기 전반까지 쓰인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뒤팽을 모델로 삼은 사립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에밀 가보리오의 르콕,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 길버트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오스틴 프리맨의손다이크 박사,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퀼 푸아로와 미스 마플, 조르주 심농의 쥘 메그레 경감,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요코미조 세이시의긴다이치 고스케, 잭 푸트렐의 벤 도젠 박사 등이 그렇다.

일본 추리문학의 기초를 닦은 에도가와 란포는 포에 대한 존경심으로 자신의 본명 히라이다로를 내던지기까지 했다.

사립탐정의 대명사격인 셜록 홈스의 주소로 돼 있는 런던 베이커가 22-B에는 홈스 기념관이 만들어져 그 시대의 탐정들이 사용했을 법한 소도구들이 진열돼 있다.

요즘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셜로키언(셜록 홈스를 실존 인물로 생각하고 숭배하는 사람)들의 극성이 도일의 생존시에는 훨씬 더 심해서 작가는 1901년 작품 ‘마지막 사건’에서 홈스를 죽였다가 독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그 뒤 ‘배스커빌의 개’와 ‘빈집에서의 모험’에서홈스를 되살려놓기까지 했다.

배스커빌가의 유산 상속에 얽힌 살인사건을 다룬 ‘배스커빌의개’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영국인 주인공 이름이 배스커빌의 윌리엄이 되도록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19세기 인물 홈스가 20세기 들어와 14세기 인물 윌리엄 수사로 분장된 것이 그의 출신지에서 암시되는 것이다. 지식, 관찰력, 이성적 사고라는 홈스의 특징이 윌리엄 수사에게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정통 소설가들 가운데도 추리 소설을 넘본 이들이 있다. 예컨대 빅토르 위고의‘파리의 노트르담’과 ‘레미제라블’, 헤밍웨이의 ‘살인자들’, 그레이엄 그린의 ‘청부살인업자’, 포크너의 ‘성소’, 뒤렌마트의 ‘판사와 그의 사형집행인’,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추’ 같은 작품들은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추리소설이다.

유럽에서 추리소설은 일급 이론가들의 본격적 비평 대상이 되기도 했다. 베르톨트브레히트, 안토니오 그람시, 질 들뢰즈, 자크 라캉, 에드가르 모랭, 장 피에르 리샤르, 츠베탕 토도로프 같은 이들이 추리소설론을 펼쳤다.

에코가보여주었듯 추리소설은 가장 지적인 문학 장르고, 식지 않는 추리소설 열풍이 보여주듯 21세기의 문학 장르다.

■추리소설의 갈래

모든 추리소설은 범죄의 발생이나 발생 가능성을 그 배경에 깐다. 프랑스의 이브뢰테르를 비롯한 추리 소설 전문가들은 이 장르를 흔히 세 개의 하위 갈래로 나눈다.

누가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알아내는 데 초점을 맞출 때그 소설은 미스터리 소설이 되고, 범죄가 저질러지는 폭력적 양상과 그 범죄에 맞서 싸우는 과정의 묘사에 초점을 맞출 때 그 소설은 범죄소설이 되며, 그 범죄 행위가 초래한(초래할) 심리적 공황 상태에 초점을 맞출 때 그 소설은 서스펜스 소설이 된다.

이 가운데 추리소설의 대표적 형식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미스터리 소설은 수사자와 범죄자 사이의 지적 대결에 의해 구체화하는, 작가와 독자간의 지적 게임을 기반으로 한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이 장르의 가장 뛰어난 거장 가운데한 사람이다. 범죄와 수사의 차원에서 범인은 은폐하려 하고 수사자는 찾아내려고 애쓴다.

쓰기와 읽기의 차원에서 작가는 감추려고 하고 독자는 밝혀내려고 애쓴다.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은 범죄자와 수사자, 작가와 독자들에게 동일한 조건, 평등한 기회를 부여한다.

미스터리 소설의 공간은 대체로 닫혀진 세계다. 그 곳은 일종의 연극 무대 같은곳이다. 공간적으로 인물들은 수사 과정 동안 멀리 이동할 수 없다.

예컨대 크리스티의 ‘열 개의 인디언인형들’의 배경인 섬이나 같은 작가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의 배경인 기차객실처럼 미스터리 소설의 공간은 유일하며 닫혀 있다.

미스터리 소설의 세계는 또 중산층이나 상류층의 세계다. 의사나 변호사나 목사처럼 번듯한 직업을 지닌 사람들이 의외로 범인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등장인물들 자체가 대개는 인생의 성공자들이다. 그래서 일부 좌파평론가들은 미스터리 소설이 사회적 갈등을 개인적 차원에서 묘사할 뿐 세계의 근본적 가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부르주아적 장르라고 비판한다.

범죄소설은 모험소설의 일종이다. 여기서는 범죄자와 수사자 사이의 신체적 대결이핵심이다. 갱소설은 대표적인 범죄소설이다.

레이몬드 챈들러, 미키 스필레인, 체스터 하임스 등 미국 작가들과 알베르 시모냉, 오귀스트 르브르통,장 아밀라 등 프랑스 작가들이 이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범죄소설에서 수사자의 신체적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남성으로 설정된 근육질의 수사자는 다른 남성들과는 흔히 폭력 관계를 갖고 여성들과는 성관계를 갖는다.

범죄소설들의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패배자들이다. 범죄소설의 세계는 근본적으로 열려 있다. 등장인물들은 이동하고 추적하고 여행한다.

이 장르는 사회적으로도 열려 있다. 여기에는 모든 계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범죄소설은 하층민의세계를 다룸으로써 때때로 강한 사회 비판을 담는다.

서스펜스 소설은 두려움을 비롯해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에 대해 특별히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것은 미스터리 소설의 한 변종일 수도 있고, 미스터리 소설과 범죄소설의 결합일 수도 있다. 이 장르에서 핵심적인 범죄는 늘 잠재적이며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그것은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면서도, 읽고나서도 불안하다.

그러니까서스펜스 소설은 독자들의 감정을 이용한다. 이 감정은 독자가 선량한 희생자를 자신과 동일시하게 됨으로써 절정에 다다른다.

서스펜스 소설은 희생자의 소설이다. 살인자는 예컨대 토마스 해리스의 ‘양들의침묵’에서 보듯 흔히 정신병자다.

그는 내적 일관성이 없는 성격 파탄자이지만, 완전하게 악한 인간도아니다. 로버트 블로크,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등이 이 분야의 거장들이다. 물론 추리 소설의 이 세 형식은 서로 스며들며 만화경 속의 무늬를 만든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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