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청남대에서 여름 휴가를 갖고 국정구상에 들어간다.청와대 박준영(朴晙瑩) 대변인은 김 대통령의 청남대 구상을 ‘선택과 집중’으로 압축해서 설명했다. 경제 활성화와 구조조정, 국가경쟁력 강화, 중산층과 서민대책, 부패척결, 교육여건 개선 등 많은 과제들 중 어떤 부문에 우선 순위를 두고 역량을 집중할 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청남대구상이 단순히 정책적 측면에 머물지는 않을 것 같다. 정책 과제들에 대해서는 이미 해법의 방향이 결정됐고 이제부터는 얼마만큼 제대로 실천하느냐는 문제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로 각 부처가 교육, 중산층 분야 등 주요 정책과제의 대안을 7월을 넘기지 않고 마련했다”면서 “이는 대통령이 보다 큰 틀의 구상을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 대통령은 정책 외에도 임기 후반의 타임 스케줄을 총체적으로 정리하는 쪽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특히 정치적 측면에서 내년 대선까지 남은 1년6개월을 3개 안팎으로 나눠 각 기간별로 국정 기조를 어떻게 설정하고 인적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임기 후반은 크게 8월부터 정기국회까지, 연말부터 후보 선정까지, 후보 선정 후 대선까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우선적으로 부각되는 문제는 어느 국면에 가장 비중을 두느냐이다. 이에 따라 당정개편의 시기와 내용은 달라진다. 연말 이후 내년 대선 후보 결정 때까지의 기간에 무게를 실으면 여권의 현 진용이 정기국회 정국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정기국회의 의미가 더 커지고 뭔가 변화를 모색할 필요성이 생기면 당정개편이 가시화하게 된다. 한 가지 고려할 점은 여권내 인력 풀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당정개편론을 건의하지만 김 대통령이 선뜻 이를 택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임기 후반의 구상을 다듬으면서 독서와 산책, 과수나무 돌보기의 시간도 갖는다. 박 대변인은 “김대통령은 휴가 중 독서를 위해 ‘비전 2010 한국경제’(매일경제신문)‘미래와의 대화’(베른하르트 폰 무티우스)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허세욱)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브래들리 트레버그리그) 등 4권의 책을 가져간다”면서 “최근에는 황석영 씨의 ‘손님’을 읽었다”고 전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