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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감시사회…CCTV·몰래카메라,사적인 공간서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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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감시사회…CCTV·몰래카메라,사적인 공간서도 '긴장'

입력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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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지켜보는 것 같아 머리 뒤 꼭지가 간질거리는 느낌이야.” “전화 통화를 하든, 컴퓨터 작업을 하든 늘 뭔가 편치 않은 기분입니다.” “요샌 어딜 가건 여기저기 살피는 게 버릇이 돼 버렸어.”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듣게 된 불평들이다. 아무렇지 않게들 얘기하지만 이정도면 거의 강박증 수준. 모두들 알게 모르게 ‘감시 노이로제’에 빠져들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부터 주차장이건, 길거리건, 또는 사무실이건 온 종일 어디에서나자신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들다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화장실 같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조차 방심할 수 없는 끔찍한 세상이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무상 기밀이나 보안이 필요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태평하게일반 전화로 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당국이 누누이 ‘감청불능’를 강조하는 휴대폰조차 최근들어 급격히 신뢰를 상실해가고 있다. 첨단컴퓨터 정보통신기술이 가져다 준 화려한 정보사회화 뒤켠의 음울한 그늘이다.

▦ 사무실은 감옥(?)

#1 A보험사 김모 대리는 지난해 입사동기의 전화를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요즘 B시민단체 사이트에 뻔질나게 드나드는 것 같은데 찍힐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받은것.

이 시민단체는 당시 김 대리 회사의 모(母) 그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간담이 서늘했습니다.

인터넷 서핑까지 체크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진짜 그러랴 싶었거든요.” 이후 그는 휴식 중 심심풀이 삼던 ‘야한’ 사이트 출입도 딱 끊었다.

#2 얼마 전 서울 강남구 양재동 신사옥으로 옮겨 간 C사. 직원들은 각 층마다 설치된 CCTV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불평이다.

동료들끼리 한담은 물론, 잠시 편한 자세를 취한는데도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특히 사내 흡연파들의 부적응은 심각하다. 사무실이나 복도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간 어김없이 경고장이 날아든다.

#3 외국계 D금융사에 어렵사리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이모씨는 최근 정사원 진급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 두었다.

사무실 출입상황까지 일일이 IC카드로 체크가 되는 근무통제시스템에 기가 질렸기 때문. 20분 이상 사무실을 벗어날 경우에는 곧바로 상부에 보고되는데,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인사 및 고과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씨는 “숨 막히는 분위기에도저히 적응할 자신이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 날로 고도화하는 작업장 감시

#1. 지난해 E대형할인매장의 물품창고에서 한 직원이 물건을 훔치다 적발됐다. 직원들은 범죄행위임을 인정하면서도, 회사측이 몰래카메라로 현장을 잡아냈다는 사실에 크게 불쾌해 했다.

노조 관계자는 “카메라가 작동하고 있다는사실을 알렸으면 절도행위를 할 수 있었겠느냐”며 “직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상시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섬??하다”고 했다.

#2. 부산의 F공장 생산직 근로자 한모씨는 지난해 회사로부터 ‘근무태도가 불성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점심시간10분전에 작업장을 이탈해 구내식당에 갔다는 게 그 이유. 외부인들의 무단 이용을 통제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로 구내식당 출입구에설치한 ‘정맥인식기’가 거둔 ‘성과’였다. 직원들은 그러나 “한 때는 회사가 정맥인식기를 통해 직원 개개인의 건강상태를 파악, 업무 부적격자를 가려내려 한다’는 루머까지도 나돌았다”고 불안해했다.

#3. 이밖에 전북 전주의 G사 공장은 2년전부터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전자출입증인 RF카드 시스템을 도입, 운영 중이고, H사대전공장에는 데이터 수집ㆍ분석시스템(DAS)이 설치돼 있다. 작동원리는 다르지만 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비롯, 작업, 휴식, 식사 등 모든 움직임을 체크하는장비들이다.

▦ 교통 파파라치도 스트레스 요인

매일 서해안고속도로 남동IC를 지나는 정모씨는 교통위반신고 보상금제가 실시된 3월 이후한달간 무려 7차례나 갓길운행으로 적발됐다.

‘전문 신고꾼’의 카메라에 걸려든 것. 이 곳은 워낙 상습적인 교통체증지역이라 오전에는 경찰이 오히려갓길운행을 유도하는 곳.

정씨는 “수신호에 따랐다”고 항의했으나 경찰은 “사진에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결국 벌금 누적으로 운전면허를 상실한 정씨는 “요즘은 카메라 든 사람만 보면 적개심이 든다”고 흥분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사진신고건수 100건 이상의 전문신고꾼은 전국적으로 대략 3500명. 1만건 이상을 신고한 사람도 10명이 넘는다.

경찰은 “제도시행 후 교통위반 건수가 현저하게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반기고 있지만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체제 구축’ 이라는 문제제기도 만만치 않다.

▦ 어디에나 눈이 있다

모 대기업 홍보팀의 이모 과장은 최근 자비를 들여 일제 몰래카메라ㆍ도청장비 탐지장치인 ‘세이프’를 구입했다.

후배직원으로부터“유흥업소에도 몰카가 설치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업무상 접대가 많기 마련인데, 술자리에서 산업스파이나 경쟁사가 엿보고 있을 지 모른다는 강박감을 떨쳐버릴수 없었습니다. 스스로도 노이로제가 아닌가하는 걱정도 들지만, 그래도 미리 예방하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보안전문 회사인 나우리상사 한영길 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도ㆍ감청방지를 문의해 오는 고객의 절대다수는 관공서나 기업체였으나 최근엔 일반인이 20~30%를 차지한다”고 우리사회의 ‘감시 노이로제’ 확산현상을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김진각기자

key@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갈수록 지능화·첨단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넘어 인격 파괴까지 초래하는 불법 감시장비들이 하루가 다르게 첨단 장비로 ‘업 그레이드’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요즘 시중에 유통되는 ‘핀홀 렌즈’는 구경이 볼펜촉 크기(1~4mm)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바늘구멍 만해 이 방면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빤히 마주 보면서도 도저히 알아챌 수 없을 정도. 렌즈 뒤에 숨겨지는 카메라 몸통도 가로 3㎝, 세로 2.5㎝의 사각형이나 길이 5㎝, 지름 1.5㎝ 정도의 원통형으로 성냥갑보다도 작다.

사설보안업체 한국보안정보시스템의 김규식 대표는 “이런 장비들은 1LUX(촛불 1개 밝기) 정도의 미미한 조도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이라며 “설치시간도 4~5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안전한 곳은 없다는 얘기다.

도청기도 드레스 셔츠 단추만한 것이 나와있다. 소파의 구석이나 솔기 부분에 꾹 눌러만 놓아도 식별이 불가능하다. 수신 범위도 종래의 제품은 150~200m가 고작이었으나 최근의 제품들은 500m에서 최고 2㎞에 달한다. 심지어 유리창에 레이저를 쏘아 미세한 진동을 분석해 대화내용을 알아내는 장비까지도 유통되고 있다는 것. 1970, 80년대 외국 첩보영화에나 나왔던 볼펜형, 전자계산기형, 전기코드형 등은 구식이 된 지 오래.

게다가 최근에는 이 같은 고성능 도청기에다 첨단 몰래 카메라의 기능을 결합한 이른바 ‘휴대폰 영상겸용 도청기’도 출현했다. 개조한 휴대폰 배터리에 마이크로 웨이브 송신기와 극소형 렌즈를 부착, 현장을 촬영하면 별도의 007가방에 설치된 ‘원격 무선 영상ㆍ음성수신기’를 통해 영상과 현장을 촬영하면 별도의 007가방에 설치된 ‘원격 무선 영상ㆍ음성수신기’를 통해 영상과 음성이 그대로 재현되는 방식이다. 수신반경도 무려 2~3㎞.

문제는 이런 기기들이 일반 소비자에게도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점. 세운상가의 업소주인 L씨는 “이 일대에서만 연간 1만여대의 유ㆍ무선 감시 카메라가 판매되고 있으며, 업계 전체로는 올 상반기에만 5만대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 중 절반 이상이 경비ㆍ보안용이 아닌, 사생활 훔쳐보기에 이용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청장비들의 판매량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이민주기자 mjlee@hk.co.kr

■휴대폰도 안심 못한다

최근 일부 야당 의원들이 휴대폰 사용조차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또다시 휴대폰의 감청가능 여부가 관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100%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게 통신 전문가들의 얘기다. 휴대폰과 일반 전화기사이에 통화가 이뤄질 경우 일반 전화기를 감청하면 되고, 휴대폰 대 휴대폰으로 통화하더라도 전원이 켜있기만하면 휴대폰 사용자의 위치 추적해 다른 장비를 이용해 감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 정보통신대학원의 한 교수는 “가장 감청이 어렵다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휴대폰간의 통화도 휴대폰 고유번호와 부호, 메시지 시퀀스(연속 데이터)를 모두 해독하면 감청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측이 공개한 미국 CSS인터내셔널사의 홍보용 카탈로그에는 ‘CDMA 네트워크 셀룰러 인터셉트 시스템’이란 제품으로 CDMA디지털 휴대폰 사용자간의 통화 내용을 감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부는 CDMA방식 휴대폰은 암호가 4조4,000만개의 비트(정보단위)로 구성돼있어 암호 풀기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국내 사설보안업체의 한 임원은 “김씨성을 사용하는 재미교포가 CSS인터내셔널의 판매법인인 지콤사의 국내 판매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휴대폰 감청 장비가 국내에 2~3대 반입돼 있다고 소문나 있다”고 전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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