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하는 걱정은 모두 비슷했어요. 차태현 네가 출연하면 ‘엽기적인 그녀’가 아니라 ‘엽기적인 그남’이될 것이라고.하지만 전 걱정 별로 안 했어요. 양아치 이미지를 끌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순진한 캐릭터가 마음에쏙 들었구요. 변신요? 그런 거 꼭 해야 하나요.”
‘장동건이 잘 생겼다’는 말에는 별 논란이없지만 ‘차태현 짱’이라는 말에는 신ㆍ구세대의 편차가 크다.
‘엽기적인그녀’의 캐릭터와 연기는 ‘왜 차태현’ 인가 하는 질문에 정답을 던진다. 세상 어려운 줄 모르고 자란, 세상의 풍파는 겪어 보지 못한, 그래서 굴곡이 없는, 버릇없이 보이기도 하고, 발랄해 보이기도 하는.이런 수식이 딱 맞는 차태현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가 ‘차태현 다운’ 면모만을 보인 것은 아니다. 영화 속 ‘견우’의 캐릭터는 현실에서는존재하기 어려운 ‘순진 성실 남’.
전지현의 리드에 몸을 맡기고 자신을 뒤로 숨을 줄도아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하는 연기력을 보였다. 탤런트, 가수에 이어 ‘배우 차태현’의출연을 알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세상 걱정없이 자란 귀여운 막내” 같다고 하자 차태현은 1995년 데뷔 이후 “나름대로 고생 많이 했다”고답한다.
너무 어려보여 주연 배우의 친구로 나오다 슬그머니 빠져 버린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젊은이의양지’에서는 이종원의 친구로 나오다 10회 출연 후 퇴출. 그래도 “넌주연감”이라는 ‘아차부인 재치부인’의 성우 출신 어머니 최수민씨의 ‘고슴도치식모성’이 없었다면 많이 좌절했을 것이다.
‘해피 투게더’ ‘햇빛속으로’ ‘줄리엣의 남자’. 그로서는 최선을 다한 드라마들이다. . “아무리 양아치로나와도 ‘귀여운’ 양아치가 되는 것이 제 특성이죠.
그런데 사실 그런 이미지로는 1, 2년 버티기도 힘든 게 이 바닥 생리거든요. 그런데 저는 1998년부터 벌써 몇 년째예요? 아마 연기에 계산이 없어 보이는 자연스러움 때문이 아닐까 해요. ”
“영화 뒷부분의 멜로가 진부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전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멜로를 더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 게 바로 저거든요. 왜냐구요? 좋잖아요.”
주로 양아치나 생각없는 신세대 등 그의 기존 이미지에 편승하는 시나리오 대신 그가 ‘엽기적인그녀’를 택한 이유는 바로 ‘지순한 멜로’ 였기 때문이다.
음반 30만장을 판매해 비교적 성공한 가수 데뷔에 대해서도 이렇게 자신감이 있을까.“현장에서 느끼는 뜨거운 열광, 가수는 배우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김건모나 홍경민같은 친한 가수들에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죠.
영화 촬영 들어가느라 그 흔한 ‘고별 무대’ 한번 못해보고 ‘접혔’어요.” 다음에 또 도전할 생각이다. 잘 할 때까지?
“멜로도 괜찮은 것 같은데, 진짜 고민은 악역이에요.” 드디어 차태현이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박중훈과 같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인데, 제작자인 신철 신씨네 대표는 “초기박중훈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악역’의 숙제를 제대로끝낼 수만 있다면, ‘귀여운 차태현’의 미래도 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엽기적인 그녀- "끝까지 보고 감동 안하면 죽인다"
엽기적인 그녀, 그러나 알고 보면 실연의 상처가 있는 따뜻하고 깊이 있는 여자다. 술 먹고 지하철 안에서 마구 토하고, 술집에서 어린 여자를 꼬드기거나 공원에 휴지를 함부로 버리는 남자를 혼내주고, 남자 친구와 신발을 바꿔 신고,황당한 시나리오를 써 “끝까지 읽고 감동 안 하면 죽인다”고 윽박지르고….
그녀의 ‘엽기’는이런 것들이다. 2000년대 젊은이들의 화두가 된 바로 그 ‘발랄한 엽기’. 냉정하게 말하면 ‘터프 걸’쯤 된다.
그것도 너무나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그래서남자들은 ‘엽기적인 그녀’(감독 곽재용)의 그녀(전지현)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CF에서처럼 그녀는 멋지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첫사랑의 아픔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터프하게 남자 앞에서 타락한 것처럼 보이는 귀여운 여인.
그녀는 새로운 여성상이 아니다. 명랑만화의 주인공이지만 전통적인 여성의 가치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보수적인 여성.
때문에 동명의 김호식의 PC통신 소설이 원작인 ‘엽기적인 그녀’는 우리를 불편하게도, 거북하게도 하지 않는다.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견우(차태현)와 그녀. 그들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웃음은 ‘엽기발랄’이 ‘재치발랄’과 동의어일 만큼 꽤나 대중적이다.
영화 속의 영화로 표현되는 그녀의 패러디성 시나리오 이야기를 보자. ‘데몰리션터미네이터’에서 터미네이터가 된 그녀는 미래에서 현재로 와서 애인인 견우를 구한다.
그녀는 황순원의 ‘소나기’도뒤집는다. 고교생으로 ‘소나기’의 주인공이 된 그녀는 ‘입었던 옷’이아니라 자신을 ‘업어준 사내(견우)’를 산 채로 묻어달라고 유언한다.
이 황당한 설정과 패러디는 전통적인 남녀관계의 전복을 시도하지만, 그 자체가 영화의 목표가 아니라‘엽기’로서의 즐거움으로 지나간다.
그리고 탈영병 에피소드에 오면 그 즐거움은 통속적인 멜로적 감동으로 바꿀 채비를하고, 탈영병을 설득하는 그녀의 통속적인 대사가 무전기로 중계되는 코미디 속에서 그녀 역시 아름다운 여자의 본색을 띠기 시작한다.
그 결말이란 뻔하다. 안타까운 이별과 우연이지만 필연적인 운명일 수밖에 없는 재회.
‘엽기적인 그녀’는 CF와 드라마, 오락프로그램에서 익숙하게 보아 온 차태현과 전지현의 캐릭터 그대로를 십분 활용했다.
곳곳에 드러나 차태현의능청과 재치, 어눌하고 딱딱한 대사보다는 신체 이미지가 더 어울리는 전지현.
바로 그 신세대들의 이미지와 매력에 웃음과 통속적인 결말을 선택한것이 ‘엽기적인 그녀’가 노리는 대중적 인기인지도 모른다. 27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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