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큼 시장의 궁금증이 많은 품목도 없다. 얼마전엔 “6월중 삼성전자가 반도체부문에서 적자로 돌아섰다”는 정운찬(鄭雲燦) 서울대교수의 발언으로 시장이 들썩였고, 한동안은 하이닉스반도체의 감산을 놓고 “한다”“안한다”, “효과가 있다”“없다” 는 논쟁이 빚어졌다.손톱크기의 가공물체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반도체의 국민경제적 비중 탓도 있지만, 그 만큼 메이커들의 ‘비밀’이 많기 때문이다.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알고 싶은 것은 64메가, 128메가, 혹은 256메가 SD램을 얼마나 팔았고 얼마나 손익을 냈는지 일 것이다.
하지만 제품별 매출과 손익상황은 삼성전자도 하이닉스반도체도, 나아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피니온 도시바도 전혀 공개하지않고 있다. 비공개가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64메가 기준으로 2ㆍ4분기에 3억개를 팔았다”고 밝혔지만, 이는 모든 제품을 64메가로 환산(예컨대 128메가는 64메가 2개)한 수치에 불과하다.
용량이 64메가라도 통상 국제반도체 시장가격의 기준이 되는 SD램외에 S램, 램버스, DDR 등 종류가 많기 때문에 이 정도 총량적 공개로는 제품별 매출과 손익상황은 전혀 알 수가 없다.
비공개는 업체간 암묵적 합의의 결과다. 반도체는 원유처럼 매일 변하는 현물시장가격과, 장기공급계약에 의한 고정거래가격의 이중가격으로 되어 있는데 대부분 메이저 업체들은 고정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한다.
때문에 각 업체가 제품별 매출ㆍ손익을 공개할 경우 같은 제품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마이크론 등을 얼마에 공급하는지, 즉 업체별 가격경쟁력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반도체를 공급받는 PC업체들의 원가구조도 함께 노출된다. 업체로선 결코 알리고 싶지 않은 대목인 것이다.
월별 실적 비공개도 ‘글로벌 스탠더드’다. 정 교수의 발언 논란후 삼성전자는 “6월 반도체 흑자는 분명하다”고 말했지만, 역시 구체적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반도체경기 침체의 장기화 조짐속에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7월부터는 반도체 적자로 돌아섰을 것” “하이닉스가 감산효과를 못봤을 것” 등 온갖 전망과 분석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현재 분명한 것은 누구도 ‘정답’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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