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들에는 과거 냉전시대가그나마 호시절이었다. 동ㆍ서양 진영의 대장인 미국과 소련으로부터 구애의 윙크가 무척이나 따뜻했던 것이다.자기 편으로 전향하라거나, 최소한 상대진영으로 넘어가지 말라며 내미는 선심성 ‘당근’이 경제에 꽤나 도움이 됐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세계화의 경제전쟁이 시작되면서 후진국들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강대국들이 그들의 관심을 사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의 지난해 보도를 보면 미국의 대외 원조액은 지난 10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제3세계에 등을 돌린 것은 비단 미국만이 아니다. 과거 서방세계에서 미국만큼이나 빈민국 돕기에 나팔을 불어댔던 영국 독일 프랑스 등도 같은 기간 대외 원조를 수십 %씩 줄였다 한다.
이것은 냉전 종식 후 세계경제규모가 비약적으로팽창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간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진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다.
■세계화와 반세계화를 각각 대표하는 세계경제포럼(WEF)과 세계사회포럼(WSF)측이 얼마 전 대륙간 원격 화상(畵像)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개도국의 외채사정에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개도국 어린이들이 하루에 몇 명씩 죽어가는지 아는가.” 사회포럼측의 이런 질문에 답변을 얼버무린 경제포럼측 인사에게 곧바로 신랄한 야유가 쏟아졌다. “당신은대체 어느 별에 살고 있는가. 왕좌에서 내려와 현실을 직시하라.”
■재작년 세계무역기구(WTO)시애틀 회의가 세계화 반대 시위로 인해 엉망진창이 됐을 당시 유럽의 한 원로석학은 의미심장한 예언을 했다.
“21세기는 시애틀에서 시작됐다.” 그런지 2년도 못돼 반세계화 운동은 조직화-연대화-다양화한거대세력으로 불어 그야말로 세계화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 제노바 G8 정상회담에서 시위 사망자까지 발생했으니 21세기 또 다른 냉전의 예고가 아닌가.
부자들이 빈부격차 심화문제를 남의 일처럼 코웃음치지 못하게 되는 시대상황이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지도 모른다.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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