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개혁ㆍ개방경제의 쇼윈도역할을 하고 있는 선전(深천)시가 최근 ‘풀타임 행정’이라는 이색 구호를 내걸었다.1,000만달러가 넘는 외자유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일선 공무원이 허가 권한이 있는 책임자를 동반한 채 투자자들을 직접찾아가 서류접수에서부터 심사비준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펼친다는 내용이다.
상하이(上海) 중심가에 위치한 박근태(朴根太) 대우 상하이지사장 사무실. 이곳에는낯선 중국 손님들이 찾아올 때가 적지 않다.
상하이 외곽에 흩어져 있는 시정부의 외자유치 공무원들이다. 주로 국장급이지만 시장이나 부시장이 직접문을 두드릴 때도 많다.
자신들이 외자기업을 위해 다른 지역보다 어떤 혜택을 더 주는 지, 지역발전 계획은 어떤 게 있는 지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는 이들의 수첩에는 다른 외국기업 방문 계획이 촘촘하게 적혀 있다.
중국의 외자유치 노력은 곧잘‘전쟁’에 비유된다. ‘시장으로 기술과 돈을 맞바꾼다’는것이 타고난 상술(商術)의 나라, 중국의 전략이다.
13억 시장을 무기로 경제대국의 밑거름이 될 선진 기술과 거대 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으로 인력과 제도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외화유치 실적이 승진의 지름길
외자유치에 관한 한 일선 공무원에서부터 시장이나 성장 등 최고위층에 이르기까지 모두 세일즈맨이다.
지역별 유치경쟁 또한 치열하다. 외자유치 공무원은 20~40대 엘리트들이 주축이다.해외 유학파의 활약이 돋보인다.
영어는 기본이다. 상하이시의 경우 외자유치 부서는 물론, 전 간부급 공무원은 2년간 경영학석사(MBA)과정을 밟아야 한다.
외자유치에 따른 인센티브도 만만찮다. 상하이시 외자유치 담당공무원의 급여는 다른 지역 공무원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외자유치가 승진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하이시 한증(韓正ㆍ47) 부시장이 대표적인 케이스. 로완(盧灣)구의 구장(구청장)이었던 그가 4년 전 건설ㆍ교통 부시장으로 전격 발탁된 것은 전적으로 그의 외자유치 능력 때문.
그는 로완구에 타이완과 홍콩자본을 끌어들여 10여개가 넘는 초고층빌딩을 짓게 하는 탁월한 수완을발휘했다.
■외자유치가 법이나 관행보다 우선
외자유치에 필요하다면 법규나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제한하던 외자유치 허가 품목의 숫자를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특히 첨단산업에 대한 외자유치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일 처리가 우선이다. 외국기업의 투자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는 데는 보통 한달.
그러나 상하이시 창장(長江) 하이테크 단지의 경우에는 10일이면‘OK’ 사인이 떨어진다는 것이 상하이시 외상투자서비스센터 팡야오광(方耀光) 총경리의 설명이다.
이 센터에서 투자상담사로 일하는우지앤후아(吳建華ㆍ27)씨. 상하이의 명문인 교통대학에서 수학과와 조선과를 끝내고 예비교수과정을 밟고 있던 그가 인생의 행로를 바꾼 것은 2년전 상하이 푸둥지구의 놀라운 발전상을 직접 목격하고 세계로 눈을 돌리면서부터.
그는 하루가 짧다. 9시 출근, 5시 퇴근이지만 저녁 늦게 일할때가 더 많다. 휴일을 반납하는 것도 다반사다.
우씨가 현재 맡고 있는 외자유치 건은 모두 3개로 금액은 5억 달러에 이른다. 외자유치를 하면어떤 인센티브를 받느냐는 질문에 그는 “중국이 세계에서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최고의 인센티브”라고 말했다.
6년째 상하이에서 근무하고 있는주상하이 미국상공회의소(AMCHAM) 앤지 이건 회장은 “지난 6년간 상하이의 인프라가 개선된 점도 눈에 띄지만 공무원과 시민들의 의식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면서 “상하이 공무원들이 투자진출 이후 발생하는 각종 민원서비스 관리에 대해서도 발벗고 나서는데 감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를 국부창출의 원천으로 보는 ‘외자흥국(外資興國)’의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 덕분에 외국인 투자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올들어 상반기 동안 중국 전역에서 신규 승인된 외국투자기업은 1만1,973개, 하루에 평균 66개씩 외국기업이 밀려들었다는 얘기다.계약금액만도 334억1,000만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8.35%와 38.23%씩 급증한 수치다. 이에 따라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 투자한 기업수는 37만개를 훌쩍 넘어서게 됐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산둥성 웨이하이市 췌유에츤 사장
“웨이하이(威海)시에 대한 한국기업의 투자장점은 중국의 어느 지역 보다 거리가 가깝고 자연ㆍ인적ㆍ물적자원이 풍부하며, 특히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시정부의 서비스(服務) 정신이 뛰어나다는 것 입니다.”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시 췌유에츤(崔曰臣ㆍ51)시장은 지난 13일부터 3일간 현지 중국 기업인등 650여명의 대규모 투자유치 사절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 세일즈 활동을 했다.
이 기간동안 이뤄진 투자 상담건수는 총 60개 프로젝트,2억1,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중 40개 투자계약(1억7,000만 달러규모)이 현장에서 직접 체결될 정도로 웨이하이 시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관심은 중국 어느 지역 보다 높은 편.
이 달들어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 마라톤 투자유치 상담회를 개최한 췌시장은 “지금 중국에서는각 성마다 외국기업을 끌어들이려는 투자유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며 “지난 6월말에는 야오닝(遼寧)성장을 비롯, 580명의 투자 상담팀이 한국에서 투자유치 상담회를 가진데 이어 이 달에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부시장과 항저우(杭州)시 부시장 일행이 잇따라 한국행에 올라 한국기업들의투자유치에 나설 정도”라고 그 열기를 강조했다.
췌시장은 “1,200여년전 해상왕 장보고가 활약한 신라방이 있던 웨이하이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인천~웨이하이간 카페리 운행뿐 아니라 웨이하이시의 총 교역액중 47.2%가 한국기업들과의 교역량이 차지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한국기업의대(對) 웨이하이시 투자는 현재 968건으로 금액상으로는 8.9억달러에 이른다”며 “앞으로 전자ㆍ기계ㆍ건자재ㆍ섬유류ㆍ화공ㆍ수산물 등 각종의 분야에서 한층 투자교역이 활성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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