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3년 7월25일 독일의 작곡가 페르디난트 바이어가 태어났다. 1863년 몰(歿).바이어는 피아노곡과 실내악곡을 많이 만들었고, 다른 음악가들의 작품을 편곡하기도 했다. 위대한 작곡가들이 넘쳐났던 19세기 독일에서 바이어가 일급 작곡가로 꼽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어는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위대한 작곡가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의 대표작 ‘피아노계제(階梯)’(작품번호 101) 때문이다. ‘바이어’ 또는 ‘바이어 교칙본’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피아노연주의 첫 걸음으로서,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겸 작곡가 칼 체르니의 교육용 연습곡집과 함께 특히 한국의 피아노 교육에서는 필수과정이 돼 있다.
바이어는 한국에서 흔히 ‘바이엘’로 불린다. 아스피린의 개발과 수출로 유명한 독일 바이엘사의 ‘바이엘’과는 철자가 다르다.
1863년 프리드리히 바이어가 설립한 바이엘사는 당초 염료회사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의약품, 유기ㆍ무기 화학품, 사진기술, 농약, 태양전지에까지 손대고 있다.
바이엘사 덕분에 아스피린은 폴크스바겐 자동차, 로켓과 함께 독일의 3대 발명품으로 꼽히고 있지만, 음악가 바이어를 생각하면 독일의 발명품 목록에는 피아노 연습곡집도 포함돼야할 것 같다.
피아노교육에서 바이어나 체르니가 맡은 역할은 한국의 영어교육이나 수학교육에서 송성문이나 홍성대 같은 이들이 맡은 역할과 비슷하다.
송성문씨나 홍성대씨는 잘 알려진 영어학자나 수학자는 아니지만, 그들이 학습 참고서로 써낸 ‘성문종합영어’(원래 이름은 ‘정통 종합영어’)나 ‘수학의 정석’은 1970년대 이후 한국 고등학생들의필독서가 되어 적어 도 한 세대의 감수성을 지배했고, 그 저자들을 부자로 만들었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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