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할수는 없지만 성급히 기대는 접지 않겠다.” 2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되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모색하려는 정부는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의 불참에도 불구, 남북간의미 있는 의견 교환을 기대하고 있다.23일 홍콩에서 같은비행기(베트남항공 791편)로 함께 하노이에 도착한 한승수(韓昇洙) 외교부장관과 북측 수석대표인 허 종(許 鍾) 외무성 순회대사는 각각 비즈니스 좌석과 이코노미좌석에 자리잡은 데다 탑승시간도 달라 접촉하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비행기 편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굳이 남북접촉을 피하지는 않겠다는 북측의 의사가 읽혀진다. 하노이주재 북한 대사관 관계자도 “남북 대표단이 만나면 허심탄회한 대화가 진행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회담 테이블바로 옆에 자리잡을 허 대사에게 대화재개를 바라는 입장을 공식 전달하고, 가능하면 양자 테이블도 마련할 예정이다.
차관급 또는 차관보급인 허 종대사의 격을 감안, 우리측 차관보급 인사를 통해 공식 대좌하는 모양새도 검토중이다.
부시 미 행정부 출범후 경색된 북미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있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최근 “같은 회의장에 북한대표와 있게 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허 대사가 유엔 근무 경력이 있는 미국통이어서 대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진행됐던 ARF 당시 북측 준비와 이번 회의를 준비하는 북측 태도는 천양지차다.지난해와 같은 성의 있는 준비가 진행되는 징후가 감지되지 않는다. 북측은 실무대표에 아세안 담당인 외무성 국제기구국 지도원 2명만을 보내,남북·북미 양자 접촉을 상정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었다. 숙소도 호텔이 아닌 하노이 북한 대사관으로 변경,외부와 접촉을 최대한 줄였다. 북측 대표단들은 양자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 재해서도 답을 주지 않았다.현지 관측통들은 "남북,북미 양측간의 의미있는 대화가 진행될 확률은 지난해 보다 낮다"며 남한과 미국측이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북측 대표단에 전달하는데 만족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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