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최고의결기구인 국민협의회(MPR)가23일 오후(현지시간) 압두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의결,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54)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해 제 5대 대통령에취임했다.이로써 인도네시아에서 1999년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한 지 2년 만에 다시 정권이 교체됐다.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은 조각에 착수해 25일중 새 내각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와히드가 퇴진을 거부하며 대통령궁에계속 머물고 있으며 와히드 지지 군중도 속속 수도 자카르타에 집결하고 있어 인도네시아는 당분간 정정불안이 계속될 전망이다.
MPR은 이날 대의원 598명이 출석한특별총회에서 기립투표를 실시, 투표에 참가한 591명의 만장일치로 와히드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다.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은 곧바로 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 앞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메가와티는 와히드의 잔여 임기인 2004까지 재임한다.
메가와티는 TV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된취임연설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혼자서 해결할 집단은 없는 만큼 단결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모든 정파가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도록 촉구한다”고밝혔다.
앞서 라이스 MPR 의장은 “와히드가 국정지침을 위반했기 때문에 임기 만료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선언한 후 “메가와티부통령이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에 임명됐다”고 공식 선포했다.
와히드는 MPR 특별 총회 개막전인이날 새벽 1시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의회(DPR)ㆍMPRㆍ골카르당의 활동을 정지시키고 1년 내 조기총선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포고령과 함께 국가비상사태를선포했으나, 아굼 구멜라르 국방부 장관 등 각료 2명이 사임하고 군부와 경찰이 포고령 이행을 거부했다.
또 바기르 마난 대법원장이 “대통령 포고령은 위헌”이라고 선언해 와히드는 사실상 정국 장악력을 상실했다.
와히드는 “포고령으로 효력을 정지당한MPR의 탄핵은 위법”이라면서 “국가 분열을 막기 위한 성전(聖戰)을 계속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MPR의 한 대의원은 “와히드가 끝내 퇴진을거부할 경우 메가와티가 와히드의 체포를 명령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자카르타 대통령궁 인근에는 와히드지지자 수백 명이 몰려와 지지 시위를 벌였고, 의사당 등 시내 곳곳에는 폭력 시위에 대비해 탱크와 장갑차로 무장한 군경 2,000여명이 배치돼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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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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