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핵무기 대폭 감축과 미국의 미사일방어(MD)계획의 연계 협상에 합의함에 따라 양국은 냉전 후 새로운 안보 전략틀을 구축하기 위한 조율에 들어갔다.당장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24일부터 3일간 모스크바를 방문, 러시아측에 실무적 타진을 하면서 양국간 관계 장관 회담일정을 조정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은 이날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후 별도의 양자회담을 갖고공동성명을 발표, “양측이 조만간 공격용 무기와 방어용 무기를 상호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의할 것”이라며 “양국은 평화를 위한 새로운전략적 기반 조성을 위해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계 협상 방침은 양측이 ‘명분‘과 ‘실리’를 맞바꾼 타협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부시대통령은 러시아와 1972년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대체할 방안을 협의함으로써 ABM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지 않고도 MD 계획을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
특히 이번 방침에 대해 조지프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민주)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는 등 여야가 호응하는 분위기여서부시 대통령으로서는 국내와 동맹국의 MD 반대론을 달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하게 됐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철저히 실리를 택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핵무기의 대폭 감축은 냉전의 산물을 유지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의 절감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7,000여기와 6,000여기의 전략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 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II)에 따라 이를 3,000~3,500기로 감축할 계획이다.
또 양측은 1997년 이를 각각 2,000~2,500기까지 줄이는 데 원칙적으로합의했었다. 푸틴 대통령은 여기서 더 나아가 1,500기로 줄이자는제안을 내놓고 있다. 전략 핵무기 유지에 드는 비용을 절감, 점점 미국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재래식 무기 발전에 지원하겠다는 것이 푸틴의 속셈이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MD 계획을 강행할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국내의 정치 공세로부터 방호벽을 쌓는 데핵 감축 문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양측간 협상의 조속 타결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푸틴 대통령은 “감축 수준과 대상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혀 협상의 장기화를예고했다. 또 러시아측이 ABM 협정의 개정이나 대체 협정 체결에 쉽게 동의할 것 같지도 않다.
푸틴 대통령은 23일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연계협상은 러시아에 적절한 것이지만 (ABM 협정 문제에 대한) 주요 돌파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이 앞으로 몇 개월 안에ABM 협정에 배치되는 MD 실험을 예정대로 강행할 경우 러시아측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