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우주에 내가 누구인지 내려다보는 눈이 있다. 인공위성이다. 무궁화 위성,아리랑 위성, 우리별 위성을 거치면서 우리도 차츰 인공위성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다.첩보위성, 통신위성, 과학위성 등 그 용도에 따라 국가를방위하기도 하고, 세계를 구석구석 연결시키기도 하는 인공위성. 만들고 쏘아올리고 활용하는 인공위성 산업을 들여다 보자.
▼만드는 산업
인공위성은 인간과 많이 닮았다. 탑재된 컴퓨터는 두뇌, 센서는 눈ㆍ코ㆍ귀등 감각기관, 추력장치 및 구동기는 손발의 기능을 한다.
또 태양전지판은 입과 장(腸),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는간, 신체 균형을 잡아주는 자세제어장치, 지상과 의사소통이 가능토록 목소리 역할을 하는 전파도 있다.
인공위성은 특히 한번 쏘아올리면 조그마한 고장이 있어도 수리를 못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우주유영’을통해 우주인이 직접 찾아가서 수리하기도 하지만 이는 돈이 더 드는 작업이다. 무궁화 위성의 수명은 15년.
그 동안한 번도 고장이 안 나야 한다. 이 때문에 지상에서 많은 실험을 한다. 우주는 태양이 비치는 곳은 100도 이상으로 뜨겁고 반대편은 –150도 이하로 얼음처럼 차다.
이러한 우주환경에 적합한 인공위성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실험이 이루어지며 국내 항공우주연구원에도인공위성을 실험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그러나 인공위성이꼭 좋은 목적으로만 제조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의 ‘아리안’은순수하고 평화적인 우주산업을 위해 추진되고 있지만 그 외 미국 등의 인공위성 제조는 핵탄두미사일(ICBM)을 만들기위한 목적에서 추진되었다.
이는 우주개발의 어두운 면이다. 미소(美蘇) 대립 상황에서 상대방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목적으로 인공위성 개발도 추진되었다.
▼쏘아올리는 산업
무궁화 1호가수명을 다 채우지 못한 것은 발사 사고 때문이었다. 다 쓴 연료통을 떨어뜨리지 못해서 제 궤도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고, 고육지책으로 우주상공에서자세를 제어하는 데 써야 할 연료를 사용해서 궤도를 찾아갔다. 때문에 위성 자체의 수명이 짧아져버렸다.
러시아의 경우 발사체를 직접 궤도까지 쏘아올리는 데 이는 경제성이 없는 방법이다. 미국과 유럽은 가장 먼 지점이 3만 6,000㎞가 되는 타원궤도중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인공위성이 자체 추력으로 3만 6,000㎞ 상공 궤도에 진입하게한다. 이를 천이궤도라고 부른다.
일단 궤도에 진입하면원심력을 이용해 지구를 돌기 때문에 특별한 에너지가 필요 없다. 목적에 따라 완전한 원, 타원, 경사를 그리며 가지각색의 궤도를 돈다.
500~1,000㎞ 상공을 도는 위성은 하루에 14바퀴, 3만 6,000㎞ 위성은 하루에 한 바퀴 지구를 돈다.
하루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위성은지구 자전과 같기 때문에 항상 특정 지역 위에 위치하게 되고 이를 정지궤도위성이라고 한다. 정지궤도위성은 전파의 중계소 역할에 용이해 방송통신위성으로많이 쓰인다.
▼활용하는 산업
활용분야 만큼은 우리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국내의 경우 1995년 무궁화 1호기에 이어 96, 99년 무궁화 2, 3호기를 발사해 통신방송 위성시대를 열었다.
법이통과하지 못해 위성을 활용하지 못하다가 99년 법이 만들어지면서 12월부터 본격적인 위성방송 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위성방송은 케이블보다 훨씬많은 채널을 갖게 되고, 무엇보다 데이터를 통한 인터랙티브 즉 대화형 방송이 가능하다.
3개의 위성에서 보내오는 전파를 파악, 거리를 환산해 자신의 위치를 역추적하는GPS(위치추적시스템)도 대표적인 위성활용 사례이다.
또 국내는 ADSL 등 인터넷 통신망이 잘 발달해 있지만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위성을통해 인터넷을 한다.
1,000~2,000㎞ 저궤도위성을 이용한 통신 사업이었던 이리듐도 지금은 사업성이 없어 사라졌지만 통신분야에서 저궤도 위성의 활용 잠재력은 아직도 크다.
그러나 위성의 성능과 활용이 증가할수록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이루어질 수있다. 현재 3~4개국이 1㎙ 크기의 물체를 파악할수 있는 첩보 위성들을 가지고 있으며, 2004년 우리가 쏘아올릴 아리랑 2호로도 1㎙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아리랑 1호 위성으로 버스나 트럭 크기 정도의 물체를 구분할 수 있다. 적외선이나 전자파를 이용하면 밤이나 흐린 날씨에상관없이 탐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은 언제 어디서나 감시당할 위험에 놓이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는 것은 제도의 몫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강연 이모저모
한국일보사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동원증권, ㈜팬택, 과학기술부가 후원하는 월례과학강연 ‘ 사이언스 어드벤처 21’ 제 9회가 21일 서울 광운대 문화관에서 개최됐다.
아태위성산업㈜대표인 류장수(柳長壽ㆍ49) 박사가 ‘하늘에서 안방을 들여다본다_인공위성’을 주제로 산업으로서의 인공위성연구 육성 필요성 및 경제적인 우주개발에대해 강연했다.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제일 먼저뭐가 떠오르나요? 인공위성이나 미확인비행물체(UFO)죠.” 초등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된 이날, 초등학생 청중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다. 류장수 박사는UFO처럼 대중에게 비교적 친밀한 소재로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 조희숙(43ㆍ서울 동성고 교사)씨와함께 강연장을 찾은 조규민(서울 봉화초 6)군은 “과학자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게 돼 기억에 남는 방학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찬우(중마초6)군도 “과학 중에서도 특히 생물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황우석(제2회), 최재천(제7회) 교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며 “우주에 관한 이야기도들어보고 싶었다”고 참석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류 박사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등우리나라 위성의 연구개발을 주도하던 연구자에서 인공위성의 경제적 활용을 모색하게 된 벤처사업가답게 위성의 산업적 측면도 강조했다.
인공위성 개발은미국과 구소련 등으로 대표되는 냉전시대의 군사적 필요에서 촉발됐으나 최근 정보통신 등 주요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기술로 변모했음을 누누이설명했다.
산업적 차원에 치중하다보니 기술적 측면을 많이 놓쳤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태양풍이 인공위성에 미치는 영향, 인공위성의 의사소통 수단인 전파 등 기술적 부분에 대한 질문들이 던져졌다.
정찬우군은 “태양풍이인공위성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가”를 궁금해 했다. 류 박사는 “인공위성의 전자부품들이 태양풍 즉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전자입자들에 의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태양풍이 많이 발생하는 흑점활동기에는 위성의 작동을 잠시 멈추기도 한다”며 “인공위성은 기본적으로 설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전파를 이용한 인공위성과 지구기지국의 교신에 어려움이 없는지?”에 대한 한여중생의 질문에는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쏘아올릴 수 있는 인공위성이나 로켓의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무작정 강한 전파를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파워는 약하더라도 전파라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고주파수 대역을 쓴다”고 말했다.
2003 국제 우주과학 엑스포 준비위원회에서 일하는 이성영씨는 인공위성 분야에서 북한과의 협력방안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류 박사는 우주개발기술이야말로 남북협력을 이끌어내기에 좋은 분야라며 “북한의 광명성 발사는 실패로 결론났지만, 북한은 로켓 연구에서, 우리는 인공위성 연구에서 앞서나가고 있으므로 협력하면 서로에게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류장수 박사는…
류장수(柳長壽ㆍ49ㆍ아태위성산업㈜ 대표이사) 박사는 국내 위성 및 우주개발 역사의 산 증인이다.
국내 최초로개발한 실용위성 아리랑 1호의 주역으로, 1999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이 위성을 발사할 때 발사 허가 최종 책임자를맡았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14년 간 국내 위성사업을 주도해 왔으며, 지난 해 8월부터는 벤처사업가로 변신해 위성 송수신 지상단말기의 개발과 수출 등 인공위성산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2003년 발사를 목표로 진행 중인 국내 방송통신위성 제작ㆍ조립 등 위성체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ㆍ 박사 학위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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