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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세계화시위…얼룩진 G8회담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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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세계화시위…얼룩진 G8회담 이모저모

입력
2001.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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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정상회담이었다. 20일부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이 개최됐던 이탈리아 제노바는 10여만명의 반세계화 시위대와 경찰이 맞붙은 전쟁터가 됐다.22일까지 계속된 시위로 1명의 사망자를 포함한 230여명이 부상하고 85명이 체포돼 1999년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반세계화 시위사태 가운데 최악의 흔적을 남겼다.

현지신문들은 “경찰이 울린 한 발의 총성이 선진국 정상회담의 종언을 알렸다”고 보도했고, 주최국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다시는 이와같은 정상회담이 열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지 제노바시 당국은 이탈리아 중앙정부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사망자 발생

정상회담이 시작된 20일 오전 두칼레궁 주변에 진을 친 시위대들은 ‘적색지대(red zone)’에 설치된 철책과 콘크리드 장벽을 넘어 회담장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방독면과 헬멧을 착용하고 화염병과 벽돌로 공격에 나서 시가지 곳곳에서 백병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경찰을 태운 차량을 포위하자 경찰이 발포, 로마 출신의 카를로 줄리아니(23)씨가 숨졌다. 목격자들은 차량에 타고 있던 경찰이 두발의 총탄을 발사하자 흰색 티셔츠 차림의 한 남자가 땅에 쓰러진 뒤 군용지프 1대가 이 남자를 두차례나 치고 지나갔다고 전했다.

반세계화 시위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최악으로 기록된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총회를 포함해 처음이다.

이탈리아 경찰은 발포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시위를 주도한 ‘제노바 사회포럼’은 경찰을 ‘살인자 집단’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회담 이틀째인 21일에는 인파가 더 몰려 15만여 명이 가담했다. 시위대는 전날 시위도중 사망한 카를로 줄리아니를 추도하기 위해 검은 완장을 차고 침묵시위를 벌였으나 과격 시위대는 은행과 상점 등에 돌을 던졌다.

▦시위 파장 확산

사건의 여파는 독일, 캐나다, 스위스 등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주재 이탈리아 영사관과 프랑스 파리 주재 이탈리아 대사관, 그리스아테네 소재 유럽연합(EU)건물 앞에서는 각각 150명에서 1,000명이 항의시위를 벌이며 ‘G8은 살인자들’이란 구호를 외쳤다.

독일 베를린과 쾰른, 함부르크 등에서도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환경운동가들이 항의시위를 벌여 적어도 13명이 체포됐다.

이번 정상회담이 지역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제노바시 당국은 경찰과의 충돌에서 일어난 시가지 파괴 등에 대해 이탈리아 중앙정부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차기 회담을 유치했던 캐나다 오타와시도 회담장을 시가지 대신 산악지방의 휴양지로 옮길 것을 건의했다.

▦각국 반응과 전망

G8 정상들은 시위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을 내는 등 사건의 조기진화에 부심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은 대부분 이번 사태를 ‘비극’으로 논평하며 충격을 표시했다.

회담 주최국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총리는 경찰수뇌부와 긴급 회의를 가진데 이어 “빈곤 퇴치 등 G8의 노력과 반대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을 비롯한 국제회의가 열릴때마다 반세계화 시위가 격렬히 벌어지는 가운데 사실상 ‘요새’가 되다시피 하는 회담장에서 과연 의미있는 회의를 진행할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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