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등 다자회의를 무대로 남북관계의 소강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우리의 전방위 4강외교가 펼쳐진다.26일까지 진행될 다자회의 사이사이에 한일, 한중, 한러 외무장관이 예정돼 있고, 27일에는 서울에서 한미 외무장관이 열린다.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의 불참으로 맥이 빠진측면도 없지 않지만 미사일방어(MD) 체제 등을 둘러싼 4강의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한반도 정세변화의 틈새를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환경 조성을 위해 4강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특히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의 병진을 모색할 방침이다.
▼4강 외무장관회담
가장눈길을 끄는 회담은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일본과의 회담. 한승수(韓昇洙) 외교장관은 25일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일 외무장관을 만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남쿠릴 어업문제 ,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참의원 선거 등 일본 내부사정으로 성과가 도출되기는 어렵지만 갈등 수위를 조절하고 갈등해소의 첫 단추를 끼울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24~26일 진행될 한중, 한러 외무장관회담에서 우리측은 한반도의 안정이 동북아 평화를 위해 긴요하다는 입장에서, 남북대화재개와 2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적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 장관은 하노이 일정을 소화한 뒤 27일 서울을 찾는 파월 미 국무장관과 만나 대북정책 협조방안을 논의한다.
▼아세안 다자회의
24일부터 열리는 다자회의는 구체적으로 3개의 아세안 다자회의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국의 외무장관회의(24일)와 ARF외무장관회의(25일), 아세안 10개국과 대화상대국 10개국 간의 아세안 확대외무장관회의(26일) 등이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후 남북관계의 진전상황을 설명하고,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지니는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하노이=이영섭 기자
■AFR참석 허종 北대표
백남순(白南淳) 외무상 대신 북측 수석대표로 ARF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하는 허종(許鍾ㆍ55) 외무성 순회대사는 북한의 대표적인 대미 ‘회담 일꾼’. 1983년 김영남(金永南) 당시 외교부장(현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발탁으로 외무성에 입문, 90년 유엔 주재 차석대사, 94년 경수로 협상 북측 대표 등을 역임했다.
95년부터 최고인민회의외교위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고 최근 유럽연합(EU)내 미수교국인 프랑스를 방문, 북측이 여러 차례 실패했던 프랑스 외무부대표단의 방북을 이끌어내는 등 외교적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정부 당국자들은 허 대사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이번 회의에서 백 외무상에 버금가는 외교력을 발휘할 것으로기대하고 있다. 허 대사가 연안파의 거물 최창익(崔昌益)과 허정숙(許貞淑)의 아들이라는 설도 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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