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는 이미 제1선발이다.기록, 투구이닝, 팀 기여도를 놓고 비교해보라.” ‘코리안특급’ 박찬호(28ㆍLA 다저스)를 메이저리그 첫 연봉 2,000만달러 투수로 만들겠다고 장담해온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말은 빈말이아니었다.특히 19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선발등판한 박찬호는 ‘자신이 왜 20승 투수이며 장래 사이영상 감인지’를 시위하는 것 같았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데뷔후 첫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두며 6번째 도전만에 9승고지를 밟았다. 9이닝동안 2피안타, 9탈삼진으로 밀워키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 지난해 9월3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이후 두번째 완봉승을 거뒀다.
방어율도 3.20에서 3.00으로 낮췄다. 다저스는 5_0으로 승리하면서 5연승, 지구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2게임차로 따라붙었다.
▼제구력 = ‘볼넷과 홈런만 줄여 나간다면.’ 전문가들은 박찬호에 대해 늘 이 같은 가정법을 사용해왔다. 하지만올해는 달라졌다. 지난해 18승을 거두면서 자신감도 붙었고,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전담포수 채드 크루터와의 호흡도 무르익었다.
그동안 박찬호에게17타수7안타(0.412), 홈런 3개를 뺏은 제오프 젠킨슨과 이날 3차례 맞붙었다. 크루터는 그때마다 몸쪽 높은 직구를 요구했다. 젠킨슨의 약점이었다.박찬호도 배짱좋게 요구대로 볼을 꽂아넣어 내외야 뜬공 3개로 잘 막아냈다. 3할 타자가 1명도 없는 밀워키 라이언업에서 가장 까다로운 젠킨슨을간단하게 처리, 박찬호는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투구수 조절 = “불펜에 투수들을 대기 시키지 말라.” 빅리그 최고의 좌완투수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드백스)은 지난해까지 늘 완투를 고집했다. 존슨은 투구수 150개가 넘어도 볼끝이 살아있는 특이체질.
투수들은 100~120개를 던질 때까지 투구수 조절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완투여부가 결정된다. 박찬호가 거둔 통산 74승중 완봉승은두 번. 완투는 8번째. 완봉승은 지난해와 올해 1개씩 기록하고 있다.
▼승부구 슬러브= 시속 160㎞를 넘나드는강속구(존슨), 마술같은 체인지업(페드로 마르티네스), 낙차 큰 커브(대릴 카일)…. 역대 20승 투수들은 저마다 승부구를 갖고 있었다. 박찬호도 그 대열에 들어갔다.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슬러브. 박찬호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모두 슬러브를 승부구로던져 8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_0으로 앞서던 2회 시즌 첫 좌익수로 출장한 폴 로두카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무사 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후속타자 2명을 삼진으로 잡았다. 밀워키를 상대로 통산 5승무패를 거둔 박찬호는 24일 오전 9시5분 밀러파크로 옮겨 리턴매치를 치른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박찬호 일문일답
박찬호는 샤워를 마친 뒤 벗은 상체를 수건 하나로만 가리고 인터뷰를 했다.TV 카메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노출을 꺼리는 그로서는 파격적이다. 무사사구 완봉승의 기쁨이 그 만큼 컸기 때문일까. 박찬호는 “9회들어 완봉승은 의식했지만 무사사구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기자들은 먼저 “수염을 깎은 것이 효과를 보았는가”를 물었다.
_최근 승리를 못해 부담이 됐을텐데.
“오늘도 쉬운 경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동료들이 오랜 원정으로 지쳐 있었다. 나는 선발투수라서 일찍 이동했지만 동료들은 피츠버그를 떠나 새벽 2시30분에왔다고 들었다. 투구동작을 조금 느리게 하니까 공을 던져야 하는 목표점이 잘 보였다.”
_첫 무사사구 완봉승이다.
“오늘은 마음먹은 대로, 계획했던 대로 된 것이 더 만족스럽다. 무사사구 완봉승도 기쁘지만 경기가 준비했던 대로 돼 다음 경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_9회 들어 완봉을 의식했는가.
“의식은 했다. 점수차가나 밀워키 타자들이 홈런을 노릴 것으로 생각해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하고 직구로 승부했다.”
_마침 오늘 LA 타임스에 연봉2,000만달러 예상 기사가 있었는데.
“생각하고 싶지 않다.”
_한 달여만의 1승이다.
“승리를 따내지 못할 때는 답답하다. 그러나 팀이 승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위안이 됐다. 오클랜드전에서 패하고는 정말 속상했다.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오클랜드전 생각이 많이 나서 집중에어려움을 겪었는데 경기 전 밀워키 타자들의 비디오를 보면서 마음을 가라 앉혔다.”
_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볼 배합은.
“왼쪽 타자들에게는 빠른 공을 몸쪽 약간 높게 던졌다. 이 공이 꼭 필요한데 오클랜드전에서는 너무 몸쪽에 붙어 상대가 속지 않았다. 오늘은 스트라이크에 가까워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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