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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신화는 결국 하나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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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신화는 결국 하나로 통한다

입력
2001.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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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화 이야기최근 2~3년 새 신화는 출판의 인기 품목이 된 듯 하다. 신화나 신화론을 다루는책이 수십 종 나왔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이 그리 새로울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신화 관련서 중에서 이 책을 고르는 독자는 눈으로보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가로 23㎝, 세로30㎝의 큼직한 판형에 처음부터 끝까지 수많은 그림과 사진이 실려 있는 호화본이다. 상상력의 보고인 각 민족의 신화를 두루 소개하는 만큼 흥미로운 옛날 이야기 책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민족학을 전공한 신화 수집가 세르기우스 골로빈,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다.

여러 권의 책으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엘리아데와 캠벨은 신화에 대한 이론, 세계 신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각각 소개하는 글로 300쪽에 이르는 이 책을 맛볼 준비를 시킨다. 서문 격인 이 두편의 짧은 글을 읽고 나면, 비로소 골로빈의 신화 여행이 시작된다.

골로빈의 신화 탐사는구석기 시대 동굴과 아프리카 밀림부터 중동의 고대 유적, 그리스 신화의 올림푸스산, 인도, 중국과 일본 등 극동과 미 대륙 인디언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지구를 한 바퀴 돈다.

이 길고 먼 여행에 그가 독자를 안내하는 방법은 시대나 지역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주제별로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것이다.

세상은 어떻게 생겼나, 인간은 왜 죽게 됐나, 땅과 하늘에는 어떤 신령한 동물이 사나, 신화 속 영웅들은 어떤 모험을 겪었나…. 영원과 궁극에가닿는 이런 질문들에 신화가 답한다.

골로빈의 분류법은 아주 촘촘하다. 예컨대 신령한 동물을 말할 때 뱀, 용, 괴물, 천마 등으로 항목을 잘게 쪼갠다.

그리하여 민족마다 신화는 다르지만 보편성이 관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칸디나비아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를 떠받치는 나무 이그라드실, 그리스신화의 올림푸스산, 바빌로니아인들이 건설한 탑 지구라트는‘우주의 중심 축’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늘을 나는 날개 달린 말도 그러하다. 그리스신화의 페가수스와 신라 고분의 천마는 동족이아닌가.

그러고 보니 아쉬운 게 있다. 세계의 신화를 망라하면서 우리나라 신화는 빠진것이 그 하나다. 같은 극동 지역에서도 중국과 일본 신화는 소개하고 있으나 한국 신화는 없다.

책을 샅샅이 뒤졌더니 딱 한 번 동남아시아와 극동의신화 지도(58, 59쪽)에 한국이 나오긴 한다.

지도에 개성과 금강산이 표시돼 있는데, 개성은 ‘불교 사원의 중심지’라고 엉뚱한 설명을 달았고 금강산은 휴전선 훨씬 북쪽 함경도 지역 가까이 붙여놨다.

이 명백한 오류는 한국과 한국 신화가 서구에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하기야 우리 자신도우리 신화를 잘 모르고 있으니, 서구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우리에게는 무당 노래로 전하는 수많은 신화보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더 친숙한 게사실 아닌가.

신화는 모든 민족과 문명의 뿌리이다. 그것은 잊혀진, 황당무계한 옛이야기가 아니다.한때 그렇게 여겨진 적도 있다.

신화를 ‘언어(사고)의 질병’ ‘미치광이의 소행’ 으로 몰아부친 지독한폄하도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신화는 상상력의 보고로 재평가되며 명예를 회복했다.

골로빈은 “위대한 민족들은전설과 신화의 찬란한 물결에서 태어났다”고 말한다. 신화가 갖고 있는 숭고하고 장엄한 스펙타클은 현대인을 매혹한다. 신화는 영원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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