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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하하 웃다보면 어느새 더위가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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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하하 웃다보면 어느새 더위가 싹~

입력
2001.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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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웃음· 해주겄지웃음은인생이 고단한 것을 알고 신이 준 선물이 아닐까. 우리 속담도 ‘웃는 사람을 보면 약이 된다’고 했다.

두 권의 산문집 ‘잔잔한 웃음’(학고재발행)과 ‘해주것지’(이레 발행)가 수고롭게 사는 사람들에게 잠깐 쉬라고 권한다. 두 권 다 매서운 글맛에, 웃음을 꼭꼭 눌러 담은책이다.

김준영(81)전북대 교수는 ‘잔잔한 웃음’에서 옛 어른들의 웃음을 선물한다. 싹수없는 어린 남편과 독사 같은 시어미의 학대에이런 민요가 생겼다.

“시어머니 낯짝도 뻔뻔하지, 저런 것을 낳아 놓고 날 다려왔네, 저런 것을 낳느니 호박을 낳지, 흉년에 한 끼나 끓여먹게.” 까다로운 시누이에게 시달리던 부녀자들은 이렇게 노래하기도 했다.

“논에 가면 갈이(갈대가) 원수, 밭에 가면 바래기(바랭이풀) 원수, 집에 가면시뉘 원수, 세 원수를 잡아다가 침실로 목을 매어 범 든 골에 놓고지나.”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 등골이 서늘해진다.

여덟 살짜리신랑에게 시집간 과년한 신부 얘기도 있다. 시어머니가 나간 사이에 남편이 아내의 치마폭을 붙잡고 떡 해달라며 성가시게 굴었다.

아내가 장난 삼아남편을 안아다가 지붕 위에 올려 놓았더란다. 때마침 시어머니가 들어오다 아들을 보고 어찌 지붕에 올라갔느냐고 물었다.

며느리는 이제 죽었구나 싶었다.아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남편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애호박 따다가 부침개나 해먹을까했더니 늙은 호박뿐이구먼.” 아내는그 말을 듣고 ‘아이구 내 남편’ 하고 눈물을 흘렸다.

작가이자 바둑평론가인 이인환(49)씨는 어느날 가족을 끌고 이천의 작은 마을 사오리로 훌쩍 떠났다.

이씨는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생기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해주겄지’를썼다. 텃밭의 잡초 때문에 가족회의까지 소집하고, 아이들을 차로 학교까지 데려다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끙끙 앓는다. 친지들의 부탁으로 이천쌀을 사다 팔면서 가마 수를 헤아리지 못해 혼쭐이 난다. 그의 글은

이야기하나. 이천에 삶의 둥지를 튼 이씨는 ‘선비의 시골살이’를 하리라 다짐하고, 주경야독(晝耕夜讀)하기로 했다.

도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씨는그러나 얼치기 농사꾼이어서, 이웃의 논밭 일을 거드는 것만 해도 큰일이었다. 주경(晝耕)의 의무는 그런대로 치른다 해도 야독(夜讀)이 문제였다.

이웃이 차려주는 음식과 막걸리를 받다 보면 ‘장취(長醉)’ 상태가돼버린다. 억지로 책을 펼쳐 놓지만 눈꺼풀을 놓아버리기 일쑤다.

보다 못한 아내가 호통을 쳤다. “도대체뭐 하는 것이냐?” 남편이 대답했다. “주경야독.” 아내가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주경야독? 당신은 지금 주곤야혼 상태셔. 피곤할 곤, 정신 나간 혼! 기운없는인간이 주야를 따져 뭐해.

그냥 낮이고 밤이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어. 당신이라는 사람은 할 일이 없어 지겨워 미치겠다 해야 책을 읽든지 말든지할 인간이야!” 남편은그날 낮에 실컷 자고 일어나, 일거리 하나를 생각해 내고 밤을 밝혀 일했다.

잔잔한 웃음 김준영 지음ㆍ학고재 발행 해주겄지 이인환 지음ㆍ이레 발행

윤두서(1668~1715)의‘진단타려도’. 고사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주인을 붙들려는 동자만 혼자 허겁지겁할 뿐, 정작 낙상을 코앞에 둔 사람의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만발하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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