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유품인 ‘징용일기’를 죽을 때까지 고이 간직하려 했으나 교과서까지 왜곡하는 일본의 소행이 너무 괘씸해 공개합니다.”경북 청송군 청송읍 월막리권기용(權基龍ㆍ79)할머니가 19일 결혼 6일만에 일제에 징용돼 남양군도 등에서 1년 반 동안 강제노역을 한 남편 심시택(沈蓍澤ㆍ1970년 작고ㆍ당시 54세)씨의 징용일기(사진)를 56년 만에 공개했다.
‘심시택남양 거주시 일기’라는 제목의 이 기록에 따르면 심씨는 2차대전 말기인 1944년 3월 일본 군함을 타고 상하이(上海)와 대만을 거쳐 남태평양의 한 섬에도착, 해군진지에서 식량과 무기 등을 나르고 굴을 파는 혹독한 노역에 시달렸다.
그는 식량 공급이 제대로 안돼 벼 이삭을 짠 누런 물에 소금을 뿌려 먹거나 삶은 고구마 잎으로 연명했다.
또 일본군의 폭행과 갖은 만행에 시달려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
심씨는 해방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일본의 항복사실을 알았으며 그 해 9월20일께 미군의 보호아래 비상식량으로 생활하다 12월15일에야 고향인 청송으로 돌아왔다.
권 할머니는 “징용후유증으로 남편이 일찍 숨을 거두는 바람에 4남4녀를 혼자서 키우며 갖은 고생을 했다”며“남편에게 몹쓸 짓을 한 일본이 역사까지 왜곡하고 있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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