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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발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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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발레리

입력
2001.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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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7월20일 프랑스의 시인 겸 비평가 폴 발레리가 파리에서 죽었다.향년 74세.남프랑스의 항구 도시 세트에서 태어난 발레리는 평생 지중해적 투명성을 지니고살았다. 특히 그의 평론에서 도드라진 지적 명징은 20세기 문학사가 목격한 장관 가운데 하나다. 그 지적 명징의 표본은 다섯 권으로 출간된 평론집‘바리에테’다.

‘다양성’이라는뜻의 책 제목 그대로 좁은 의미의 문학 평론에서부터 철학ㆍ미학ㆍ정치평론ㆍ시론ㆍ교육론ㆍ개인적 회고 등 여러 분야의 글과 강연을 모은 이 책은 엄밀한 사고를 단아한 표현에 담아 20세기 프랑스 산문 문학의 한 극점을 보여주었다.

1925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으로 선출된 뒤 발레리는 프랑스의 공식적인 지적대표 노릇을 했다. 그는 수많은 문학ㆍ학술 단체의 대표를 지냈고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시학을 가르쳤다. 그러나 발레리는 평론가나 사상가이기 이전에 시인이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시 ‘젊은 파르크’는 파도가 일렁이는 지중해의 한 섬에서 한밤중에 잠이깬 처녀 파르크가 해가 떠오를 때까지 읊조리는 극적 독백의 형식을 띠고 있다. 화자의 자의식이라는 주제의 난해함을 풍요로운 음악성과 신선한 이미지로 중화하고 있는 이 시는 19세기 프랑스에 개화한 상징시의 봉우리라고 할 만하다.

한국 독자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발레리의 시는 ‘해변의 묘지’다. 그 마지막 연은 이렇다. “바람이 인다!…살려고 애써야 한다!/ 세찬 바람은 내 책을 펼치고 닫는다/ 물결은 가루로 부서져 바위들로부터 솟아나온다!/ 날아가거라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물결이여! 신나는 물보라로 부숴라!/ 돛이 먹이를 쪼던 이 조용한 지붕을!”

발레리는 죽은 뒤 국장을 거쳐 고향 해변의 묘지에 안장됐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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